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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여름날
매미 소리,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밖에 소란스러운 소리에도 그는 바닥에 누워 읽고 있다. 따가운 햇볕은 널어놓은 이불에 안겨서 푹신한 햇살이 되어 그의 은발을 비추고 있다. 구석에 냥코선생의 잠꼬대에 그는 웃었다가 다시 읽었다. 사람의 언어가 아닌 요괴의 언어로 얼굴 모르는 요괴들을 상상하면서 조심히 종이를 넘겼다. 요괴의 이름들이 담긴 우인장. 이름이 적힌 종이는 요괴를 부를 수 있으며 요괴에게 해를 입힐 수 있기에 그는 소중하게 여겼다. 처음과 달리 얇아진 종이에 언제쯤 다 돌려줄지를 생각을 할 때 뒤에서 자고 있던 냥코선생은 볼링공처럼 굴러와 나츠메를 부딪치고 멈추었다.
“아파. 냥코선생. 왜 여기로 온 거야.”
큰 소리에 눈을 뜬 냥코선생은 오히려 화를 냈다.
“내가 지금 새우를 잡아서 먹는 꿈을 꾸고 있는데 날 깨우다니.”
둘은 서로 잘못했다면서 싸우다가 바닥에 펼쳐있는 우인장을 본 냥코선생은 얼굴을 찡그렸다.
‘못난 얼굴이다.’
얼굴을 보고 속으로 웃는 나츠메와 달리 냥코선생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얇아졌다니 뭐라니 화를 내었지만, 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잔소리는 후지와라 아주머니의 간식 먹으러 오라는 소리에 멈추고 냥코선생은 부엌으로 달려갔다.
“여름철이니 수박이 싸게 팔더라고. 그래서 사 왔지. 어서 앉아서 먹어.”
“잘 먹겠습니다.”
냥코선생은 수박을 보자마자 먹었다. 선풍기 바람과 시원한 수박. 같이 먹던 그가 말을 꺼냈다.
“이번 여름도 덥네. 여름 이불은 괜찮니? 더우면 말하렴.”
“괜찮아요. 여름 이불이 시원했어요. 감사합니다.”
**
이 집에서 처음 맞이하는 여름. 후지와라 부부는 그를 위해 여름 이불을 새로 샀다. 나츠메는 있는 이불을 쓰면 된다면서 거절했지만, 그 둘은 고개를 저었다. 산 이불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선인장 무늬 파란 이불. 시원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든다는 것과 무늬가 귀여워서 샀다는 말에 나츠메는 웃었다. 커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자신의 여름 이불이었다. 다른 집을 돌아다닐 때 쓰던 이불들은 오래되거나 같이 덮거나 그랬다. 어차피 한 집에 오래 있지 않았기에 다들 이불을 살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이불을 산 첫날 애지중지하게 이불을 덮는 그에게 냥코선생은 뭐라고 했다.
“이불은 쓰라고 하는 것이다!”
큰 소리를 외치면서 굴러다니는 그를 나츠메는 웃음이 나왔다.
“냥코선생 때문에 이불 구겨지잖아.”
“안 멈출 거다.”
굴러다니는 그를 결국 이불로 돌돌 말아서 멈추었다. 이불 속에 있던 그는 결국 덥다면서 빠져나와 선풍기 앞에 배를 보이고 누웠다. 푹신푹신한 배에 작은 손을 올리고 가만히 쉬는 듯하더니 코를 고는 소리에 조용히 웃었다. 그 옆에 누워서 가만히 생각했다. 여기 오고 나서는 생활이 꿈같은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드는 생각으로 하나 있었다. 사실 현실은 비참했고 여기는 꿈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어린 자신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걸으면서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둘 다 웃으면서 걸어갔다. 오랜만에 느낀 따뜻한 손에 행복해서 울어버리는 그를 달래주는 아버지에게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울음에 말이 묻혀버린다. 이상하게도 자신을 볼을 쓰다듬던 부드럽지 않고 아팠다. 밀어내는 힘에 눈을 뜨니 냥코선생의 얼굴이 보였다. 크게 보이는 얼굴에 그는 놀란 표정으로 냥코선생을 밀면서 소리 질렀다. 옆으로 내쳐진 냥코선생은 얼굴을 구기면서 나츠메를 째려봤다.
“냥코선생 왜 이렇게 가까이 있어?”
“안 일어나니 깨웠더니 이런 대접이라니!”
버럭버럭하면서 화내는 냥코선생을 뒤로 하고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을 닦고 볼을 만지던 그는 느껴지는 발소리에 살짝 웃었다.
“냥코 선생 발자국 남았잖아. 얼마나 세게 때렸으면”
“뭐라. 내가 친히 깨웠더니!”
아침부터 싸우던 그들은 아침밥 먹으러 오라는 소리에 멈추고 같이 나갔다. 나츠메의 머리카락은 엉망진창이고 볼에는 냥코선생 발자국. 냥코선생 또한 털이 엉망인 상태로 밥이라는 말에 나츠메보다 먼저 나갔다. 그렇게 부엌에 도착한 그 둘 모습에 후지와라 부부는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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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이사]-장마(사빛님 리퀘)
사빛님 리퀘로 쓴 글입니다.
동굴 안에 먼저 나온 그는 밖에 들리는 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모르는 이사쿠는 그저 귀한 약초를 구한 것에 기뻐했다. 신이 난 붕대의 노래는 빗소리에 사라졌다. 끝나지 않을 거 같은 비에 둘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 센조. 내가 괜히 같이 가자고 해서.”
사과하는 그에게 무표정을 대답했다.
“괜찮아.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 저기 빈 집이 보이는 데 저기라도 갈까?”
“좋아. 잠시만”
약초가 비에 젖어 뭉개질까 봐 자신의 외투로 감싸 약초 가방에 안에 넣는 것을 보고 센조는 한편으로 약초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지만, 약초를 설명하면서 오는 이사쿠가 생각이 났다. 중요한 약초. 저것이 있으면 한동안 감기에 관한 약초를 안 구해도 된다고 신나서 말했다. 약초에 관해 잘 알지 못했던 그는 그렇구나 하고 말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약초를 구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감기에 걸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하는 지 윗옷까지 벗으려는 그를 센조가 말렸다.
“이사쿠. 지금 비가 좀 적게 내리는 거 같아. 서둘러 가자.”
“아. 응.”
**
허름한 집. 사람의 산 흔적이라고는 그저 약간의 주방 도구들이 남아있다는 것과 헌 이불들이 있는 것이 다였다. 수북이 쌓인 먼지에 이사쿠가 재채기를 하자 센조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바보 같은 얼굴. 재채기할 때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웃기던지. 자신 때문에 웃는지 모르는 이사쿠는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코를 풀고 주변을 살폈다. 비가 새는 곳이 없는지, 잠시 머물러도 괜찮으니 확인해보니. 다행히 비가 새는 곳은 없었다.
“다행이다. 센조. 비가 새는 곳은 없나 봐. 생각보다 집이 튼튼한데? 센조는 이 집이 비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집 주변을 보니 빈집 같았어.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과 마당에 작물이 심하게 말라 있어서 이사했나 싶었지.”
‘아니면 사람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거나.’라는 뒷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 말에 이사쿠는 그 말에 센조를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대단해. 나는 봐도 알 수 없던데. 역시 센조야.”
“뭐. 닌자라면 그 정도야. 그나저나 비는 피했는데 이렇게 다 젖어서 원. 잠시 땔감 할 게 있는지 살피고 올게.”
이사쿠가 고개를 끄덕이자. 센조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낡은 땔감이 있는 것에 안도하고 밖을 나갔을 때 옷을 벗고 있는 이사쿠가 보였다.
“어. 땔감이 있었네. 다행이네. 윗옷이 많이 젖었어. 센조도 어서 벗어.”
그는 옷에 남아있는 물기를 짜내고 어디 걸만한 곳을 살피고 있었다. 윗옷을 걸고 나니 찝찝한 바지를 벗을까 말까 고민하다 젖은 옷을 입고 감기 걸리는 것보다야 차라리 먼지 쌓인 이불을 덮는 것이 나겠다는 생각 했다.
그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 센조는 땔감에 불을 피우고 그 주위에 앉아서 이사쿠를 구경했다. 훌러덩 옷을 벗어 버리는 모습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는 표정이며, 자신을 향해 웃는 것도 귀여웠다. 바라보는 시선에 이사쿠는 센조에게 물었다.
“센조? 센조는 옷 안 벗어도 돼? 젖은 옷 입고 있으면 감기 걸릴 텐데. 이불이라도 가져다줄 테니까 어서 벗어.”
그 말에 괜찮다고 하자 이사쿠는 표정이 안 좋아졌다.
“내가 안 괜찮아! 감기 걸리면 얼마나 힘든데. 요즘 아픈 사람이 들어서 돌볼 사람도 적고.”
그러면서 센조의 윗옷에 손을 대자 그는 기겁하면서 자신이 알아서 벗겠다는 것을 말하자 그제야 손을 놓았다.
“감기에 안 걸리는 게 최고. 몸이 안 아프게 최고야.”
당당하게 말하던 그는 재채기했다. 보건위원장이지만, 자신이 아픈 것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이다. 불운은 역시 그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잠시 맞은 비에 감기 기운이 오고 말았다. 약간의 미열과 재채기와 기침에 센조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네. 네. 몸이 안 아픈 게 좋죠. 그러니 어서 이사쿠 먼저 쉬어.”
주변에 있던 이불을 몸에 꽁꽁 싸매고 앉혀놓고 센조 또한 옷 벗고 이불을 덮었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던 중 이사쿠는 물어보았다.
“센조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응. 있지. 이사쿠는?”
“나도 있어.”
이사쿠가 있는 말에 순간 철렁했지만, 그 뒤 말에 안도했다.
“토메사부로도 좋고, 센조도 좋고, 몬지로도 좋고, 아무튼 다 좋아.”
배시시 웃는 모습에 센조의 입꼬리가 갔다. 서로 보면서 웃다가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이사쿠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다가 자신의 가방 안에 주먹밥이 있다는 것이 떠오르는 그는 일어나서 주먹밥을 꺼냈다. 센조 앞에 주먹밥을 두고 말했다.
“센조 같이 먹자.”
“아니 괜찮아. 이사쿠 혼자 먹어.”
“음. 그러면 남겨둘 테니 나중에 배고프면 먹어.”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서 먹는 데 열중하는 그보다가 입가에 묻은 밥풀보고 농담을 던졌다.
“이건 언제 먹으려고 보관해 둔거야?”
센조는 밥풀을 때주면서 손에 묻은 밥풀은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아. 고마워 센조. 나도 몰랐는데 나 많이 배고팠나 봐. 묻히고 먹고.”
“그러게. 맛있어?”
“응. 맛있어. 나중에 센조도 꼭 먹어.”
센조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밖을 살펴보던 센조는 비가 멈출 기세가 안 보이니 여기서 자다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사쿠에게 말하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니 앉아서 자는 그가 보였다. 피곤했는지, 센조가 들어오는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자는 모습이 아이 같아서 쳐다보다가 이사쿠의 이마 위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아까보다는 열이 더 많이 나네. 물수건이라도 만들어야겠어.’
바닥에 이사쿠를 눕히고 이마에 방금 적신 손수건을 올렸다. 꽃자수가 놓여있는 손수건. 꽃을 좋아하는 이사쿠가 떠올라 마을에서 산 손수건이었다. 파는 주인은 어떤 아가씨에게 주려고 고르냐고 농담을 하면서 잘되기 바란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손수건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물수건을 쓰일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뭐. 이렇게라도 전해지면 다행인 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정도 모르고 곤히 자는 이사쿠의 볼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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