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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이사]-장마(사빛님 리퀘)
사빛님 리퀘로 쓴 글입니다.
동굴 안에 먼저 나온 그는 밖에 들리는 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모르는 이사쿠는 그저 귀한 약초를 구한 것에 기뻐했다. 신이 난 붕대의 노래는 빗소리에 사라졌다. 끝나지 않을 거 같은 비에 둘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 센조. 내가 괜히 같이 가자고 해서.”
사과하는 그에게 무표정을 대답했다.
“괜찮아.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 저기 빈 집이 보이는 데 저기라도 갈까?”
“좋아. 잠시만”
약초가 비에 젖어 뭉개질까 봐 자신의 외투로 감싸 약초 가방에 안에 넣는 것을 보고 센조는 한편으로 약초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지만, 약초를 설명하면서 오는 이사쿠가 생각이 났다. 중요한 약초. 저것이 있으면 한동안 감기에 관한 약초를 안 구해도 된다고 신나서 말했다. 약초에 관해 잘 알지 못했던 그는 그렇구나 하고 말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약초를 구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감기에 걸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하는 지 윗옷까지 벗으려는 그를 센조가 말렸다.
“이사쿠. 지금 비가 좀 적게 내리는 거 같아. 서둘러 가자.”
“아. 응.”
**
허름한 집. 사람의 산 흔적이라고는 그저 약간의 주방 도구들이 남아있다는 것과 헌 이불들이 있는 것이 다였다. 수북이 쌓인 먼지에 이사쿠가 재채기를 하자 센조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바보 같은 얼굴. 재채기할 때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웃기던지. 자신 때문에 웃는지 모르는 이사쿠는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코를 풀고 주변을 살폈다. 비가 새는 곳이 없는지, 잠시 머물러도 괜찮으니 확인해보니. 다행히 비가 새는 곳은 없었다.
“다행이다. 센조. 비가 새는 곳은 없나 봐. 생각보다 집이 튼튼한데? 센조는 이 집이 비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집 주변을 보니 빈집 같았어.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과 마당에 작물이 심하게 말라 있어서 이사했나 싶었지.”
‘아니면 사람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거나.’라는 뒷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 말에 이사쿠는 그 말에 센조를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대단해. 나는 봐도 알 수 없던데. 역시 센조야.”
“뭐. 닌자라면 그 정도야. 그나저나 비는 피했는데 이렇게 다 젖어서 원. 잠시 땔감 할 게 있는지 살피고 올게.”
이사쿠가 고개를 끄덕이자. 센조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낡은 땔감이 있는 것에 안도하고 밖을 나갔을 때 옷을 벗고 있는 이사쿠가 보였다.
“어. 땔감이 있었네. 다행이네. 윗옷이 많이 젖었어. 센조도 어서 벗어.”
그는 옷에 남아있는 물기를 짜내고 어디 걸만한 곳을 살피고 있었다. 윗옷을 걸고 나니 찝찝한 바지를 벗을까 말까 고민하다 젖은 옷을 입고 감기 걸리는 것보다야 차라리 먼지 쌓인 이불을 덮는 것이 나겠다는 생각 했다.
그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 센조는 땔감에 불을 피우고 그 주위에 앉아서 이사쿠를 구경했다. 훌러덩 옷을 벗어 버리는 모습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는 표정이며, 자신을 향해 웃는 것도 귀여웠다. 바라보는 시선에 이사쿠는 센조에게 물었다.
“센조? 센조는 옷 안 벗어도 돼? 젖은 옷 입고 있으면 감기 걸릴 텐데. 이불이라도 가져다줄 테니까 어서 벗어.”
그 말에 괜찮다고 하자 이사쿠는 표정이 안 좋아졌다.
“내가 안 괜찮아! 감기 걸리면 얼마나 힘든데. 요즘 아픈 사람이 들어서 돌볼 사람도 적고.”
그러면서 센조의 윗옷에 손을 대자 그는 기겁하면서 자신이 알아서 벗겠다는 것을 말하자 그제야 손을 놓았다.
“감기에 안 걸리는 게 최고. 몸이 안 아프게 최고야.”
당당하게 말하던 그는 재채기했다. 보건위원장이지만, 자신이 아픈 것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이다. 불운은 역시 그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잠시 맞은 비에 감기 기운이 오고 말았다. 약간의 미열과 재채기와 기침에 센조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네. 네. 몸이 안 아픈 게 좋죠. 그러니 어서 이사쿠 먼저 쉬어.”
주변에 있던 이불을 몸에 꽁꽁 싸매고 앉혀놓고 센조 또한 옷 벗고 이불을 덮었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던 중 이사쿠는 물어보았다.
“센조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응. 있지. 이사쿠는?”
“나도 있어.”
이사쿠가 있는 말에 순간 철렁했지만, 그 뒤 말에 안도했다.
“토메사부로도 좋고, 센조도 좋고, 몬지로도 좋고, 아무튼 다 좋아.”
배시시 웃는 모습에 센조의 입꼬리가 갔다. 서로 보면서 웃다가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이사쿠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다가 자신의 가방 안에 주먹밥이 있다는 것이 떠오르는 그는 일어나서 주먹밥을 꺼냈다. 센조 앞에 주먹밥을 두고 말했다.
“센조 같이 먹자.”
“아니 괜찮아. 이사쿠 혼자 먹어.”
“음. 그러면 남겨둘 테니 나중에 배고프면 먹어.”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서 먹는 데 열중하는 그보다가 입가에 묻은 밥풀보고 농담을 던졌다.
“이건 언제 먹으려고 보관해 둔거야?”
센조는 밥풀을 때주면서 손에 묻은 밥풀은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아. 고마워 센조. 나도 몰랐는데 나 많이 배고팠나 봐. 묻히고 먹고.”
“그러게. 맛있어?”
“응. 맛있어. 나중에 센조도 꼭 먹어.”
센조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밖을 살펴보던 센조는 비가 멈출 기세가 안 보이니 여기서 자다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사쿠에게 말하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니 앉아서 자는 그가 보였다. 피곤했는지, 센조가 들어오는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자는 모습이 아이 같아서 쳐다보다가 이사쿠의 이마 위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아까보다는 열이 더 많이 나네. 물수건이라도 만들어야겠어.’
바닥에 이사쿠를 눕히고 이마에 방금 적신 손수건을 올렸다. 꽃자수가 놓여있는 손수건. 꽃을 좋아하는 이사쿠가 떠올라 마을에서 산 손수건이었다. 파는 주인은 어떤 아가씨에게 주려고 고르냐고 농담을 하면서 잘되기 바란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손수건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물수건을 쓰일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뭐. 이렇게라도 전해지면 다행인 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정도 모르고 곤히 자는 이사쿠의 볼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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