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센이사]화관
사빛님 리퀘로 쓴 글입니다.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강가에 쪼그려 있는 이사쿠를 발견했다. 반가움에 이름을 부르니 웃으며 뒤돌아보는 이사쿠가 보였다,
“센조!”
“이사쿠. 여기서 뭐 해?”
그가 가리킨 손끝에는 예쁜 토끼풀과 민들레가 피어있었다.
“화관을 만들까 싶어서. 꽃이 예뻐.”
활짝 웃는 그 모습에 센조는 너도 예쁘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하지 않았다. 그 옆에 앉아서 그가 화관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다. 꽃을 뜯어서 강가에 씻고 난 뒤 하나하나 줄기를 엮어서 만들기 시작했다.
“센조도 화관 하나 할래?”
센조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사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나이에 화관을 쓰고 다니는 것을 부끄러웠다,
“보건위원회 애들에게 줄까 싶어. 다들 귀여우니 어울릴 거 같아.”
“그러게. 잘 어울리겠네. 너에게 받으면 다들 좋아할 거야.”
“정말? 그러면 좋겠다.”
좋아할 거라는 말에 이사쿠는 얼굴이 살짝 빨개진 상태로 화관을 계속 만들었다. 평화로운 시간. 시원한 바람과 적절한 햇빛. 소란스럽지 않은 곳. 센조는 그를 보다가 뒤로 누워 하늘을 보았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보인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평화로운 하늘. 속으로 괴리감에 씁쓸하게 웃었다가 눈을 감았다. 화관을 만들다가 심심했는지 옆에서 이사쿠는 붕대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가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그를 불렀다.
“센조. 이러니까 우리 1학년 때 생각나. 그때의 내가 꽃이 이쁘다고 넋 놓고 있었을 때 센조가 옆에 왔었는데. 다른 애들도 같이 오고.”
“맞아. 그렇네. 우리가 벌써 6학년이라니. 그때도 좋았는데.”
“그러게. 그때 센조가 예뻐서 나도 모르게 예쁘다고 할 뻔했어.”
“아. 그래서 그때 말하기를 주춤했던 거야?”
몸을 일으켜서 이사쿠를 쳐다봤다. 이사쿠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 뒤로 각자 1학년 때를 이야기하다가 뭐가 생각났는지 센조가 이사쿠에게 물어보았다.
“이사쿠. 코헤이타 1학년 때 만나서 말한 거 기억나?”
“응? 아 기억하지.”
그 말 이후 같이 쳐다보면서 ‘이케이케 돈돈’을 말하면서 즐겁게 웃었다. 화관을 다 만들었을 때 이사쿠는 자신이 만든 화관을 머리에 올려봤다.
“센조. 어때? 괜찮을 거 같아? 애들한테 크려나. 조금 줄일까?”
“괜찮아. 그것보다 너도 화관 하나 쓰고 다니면 될 거 같은데.”
“에? 무리무리.”
이사쿠는 고개와 손을 저으면서 온몸으로 거부했다. 고개를 젓다가 떨어진 화관을 센조가 주워서 자신의 머리에 올렸다.
“그러면 내가 쓰지 뭐. 같이 쓰고 싶었는데.”
거짓말이다. 사실 별로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이사쿠의 반응을 보니 놀려주고 싶었다. 그 말에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꽃을 따서 강가에 씻으러 갔다. 아까보다 많은 꽃으로 화관을 만들고 센조 머리 위에 있는 화관 빼고 방금 만든 화관을 올려주었다.
“그것보다 이게 더 센조에게 잘 어울려. 그건 내가 할게.”
그 말에 센조는 빵 터져 웃었다.
“그거 때문에 진지한 표정으로 만들었던 거야?”
“응. 더 잘 어울리는 걸 주고 싶으니까...”
얼굴이 빨개져서 들고 있는 화관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노력하는 이사쿠가 귀여웠다. 머리가 엉망이 된 이사쿠에게 다가가 그는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머리가 엉망이야. 자. 이제 화관 쓰면 되겠다.”
이사쿠 손에 있는 화관을 머리에 씌어주었다. 꽃과 잘 어울리는 모습에 웃었다가 하늘을 보고 말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 어서 가자. 오늘 저녁 맛있는 거 나온다고 했어.”
그 말에 이사쿠는 나머지 화관을 약초가 담겨있는 바구니에 넣고 일어났다. 그 둘은 화관 쓰고 학원으로 같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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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이사]술주정
타소가레도키와 협약한 성의 전장 승리 후. 승리를 축하하는 장소에 잣토 또한 참여했다. 닌자대의 활약이 대단했으니 참여하라는 상대 성주의 명령. 활약은 대단했으나, 부상자가 많았으며, 아직도 치료를 받지 못한 부하들이 많았다. 닌자대의 의원 부재와 성의 의원 수가 적기 때문이다. 태평하게 술이라. 그 성의 부하들도 부상자가 많음에도 그에 대처하지 않는 것이 한심했다. 성주는 옆에 젊은 남자를 앉혀놓고 자신의 대단함을 말한다. 이 상황이 어색한지 주는 술을 받아서 다 마신다. 그걸 한참 쳐다보는 그는 자신 알던 이였음을 깨달았다. 전장에 모르는 승려가 성주를 치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게 저 아이일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저렇게 얼굴을 보는 게 몇 년 만인지 횟수를 세어보다가 성주가 다른 곳으로 갈 때 그는 혼자 술 마시는 아이에게 갔다.
“요. 이사쿠군.”
뒤에서 자신의 건드는 잣토에 의해 이사쿠는 순간 놀래서 흠칫했다가 잣토를 보고 눈이 커졌다.
“잣토씨?”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사쿠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는가? 내 편지에 답도 없고.”
이사쿠가 바빠서 편지에 답을 못 보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작은 뒤끝이랄까? 오랜만에 만나니 더 놀려주고 싶었다.
“아. 그게. 편지를 받았는데 읽기도 전에 전장에서 잃어버려서.”
웃으면서 미안한지 뒷머리를 만졌다. 여전히 불운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도 전장의로서 활동은 잘하는 거 같았다. 그에 관해서 뒤에서 들리는 이야기의 절반은 이사쿠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 적군도 아군도 구분 없이 다 치료하는 승려. 누구에게는 은인이겠지만, 누구에게는 눈엣가시다. 잣토는 웃고 있는 이사쿠의 볼을 만졌다. 거의 5년 만에 만났음에도 그의 볼살이 여전히 말랑했다.
“군의 볼살은 여전히 말랑하군.”
“그.. 그런가요? 이전 전장에 다쳐서 휴식 기간에 먹고 자고 했더니 살이 찐 거 같아요.”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하면서 혼잣말을 하는 이사쿠였지만, 이사쿠의 손목은 이전보다 더 얇았다. 손에는 굳은살과 상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랬군. 만난 것도 오랜만인데. 같이 술이나 할까?”
“좋죠.”
옆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잣토는 앉아서 지나가는 하인에게 술을 부탁했다. 술과 안주가 왔을 때 이사쿠는 잣토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여기 술이 맛있더라고요. 술이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술과 거리가 멀 거 같은 그에게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 묘한 잣토였다. 이사쿠의 나이를 생각하면 술이야 문제될게 없지만, 나도 나이를 많이 먹었군. 라는 생각에 술이 써졌다.
둘은 술을 마시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잣토는 후시키조에게 들은 닌자학원 이야기를 해주었다. 보건위원회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이사쿠는 활짝 웃었다. 그의 경우 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을 떠돌기 때문에 사실 편지나 소식을 듣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들으니 기뻤다.
“다들 잘 지내는군요. 다행이다. 잣토씨는 잘 지내요?”
“뭐. 보다시피. 여전히 닌자대에 있지.”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하다가 이사쿠는 잔을 떨어뜨렸다.잔에 담겨있던 술이 옷에 퍼지는 것을 본 잣토는 혀를 차고 난 뒤 품 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서 닦아 주려고 할 때 손이 잡혔다.
“안 닦아도 괜찮아요. 이런 거 닦으면 손수건이 아까워요.”
아까와 다른 게 무표정으로 말리는 그 모습에 잣토는 손을 거두었다.
“군. 취한 거 같네.”
“괜찮아요. 술 더 주세요.”
엎어진 술잔을 다시 집어 잣토에게 부탁했다.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지만, 술병을 뺏어서 마시기 시작했다. 잣토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혼자서 마음대로 하라는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옆에 쌓이는 술병 개수를 보고 놀랐다. 술을 더는 마시지 못하게 해야겠다 싶을 때 이사쿠의 말이 들렸다. 지친다.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잣토는 그의 어깨를 감싸고 말했다.
“많이 취했네. 착한 어린이는 자러 가야 할 시간이네.”
어린이 아닌데. 중얼거리면서 말했지만, 그 말은 기각되었다. 억지로 일으켜서 그를 끌고 갔다.
***
방으로 끌고 가 이부자리를 깔아 그를 억지로 눕혔다.
“어서 자게. 내일 일정도 있지 않은가?”
“싫어요. 안 잘래요. 잣토씨 우리 계속 술 마셔요.”
눕히고 난 뒤 몸을 일으켜 나가려는 잣토의 손목을 붙잡고 그는 징징거렸다. 잣토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많이 취했네. 오늘도 피곤했으니 어서 자는 게.”
갑자기 이사쿠는 그를 껴안고 자신 쪽으로 세게 당겨서 그대로 잣토가 넘어갔다. 이사쿠보다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에 모습은 안았다기보다는 이사쿠가 깔린 것 같았다.
“가지 마요. 같이 있어요.”
껴안은 팔을 풀지 않고 잣토에게 그 말을 반복했다. 깊은 한숨을 쉬고 난 뒤 잣토는 말했다.
“그래. 안가네.”
반 포기 상태로 그는 그저 이사쿠가 빨리 잠들기 바라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제야 팔을 풀었다. 잣토는 그 옆에 앉아서 이사쿠를 쳐다봤다. 이사쿠는 이불 위에 앉아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해맑게 웃으면서 잣토에게 이야기했다.
“헤에. 잣토씨다. 잣토씨가 옆에 있다.”
“그래. 내가 옆에 있어.”
의미 없는 이사쿠의 술주정을 듣고 있으니 잣토는 피곤함이 배가 되었다. 혼자 조잘거리는 것이 귀엽기는 했으나, 듣고 있으니 아침까지 떠들 거 같았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그는 갑자기 뭐가 생각이 났는지 혼자 떠들고 있는 이사쿠에게 말을 걸었다.
“이사쿠군. 우리 닌자대에 의원이 될 생각이 없나?”
최근 의원의 사정으로 현재 닌자대에는 의원이 없는 상태였다. 그 말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되면 좋아요?”
“음. 떠도는 것보다 안정적이겠지. 그리고 옆에 나도 있고 근처 학교 소식도 쉽게 들을 수 있겠지. 제일 중요한 건 숙식과 돈이 보장된다는 것이지.”
술에 취해 소식을 쉽게 들을 수 있다는 말에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좋네요. 할래요!”
“그래. 계약서 잘보고 여기다 서명해.”
어디서 나왔는지 종이를 들면서 이사쿠에게 붓을 집어주었다. 글을 대강 읽고 이름 한 글자씩 말하면서 적었다. 그러고 난 뒤 그대로 이불에 쓰러져서 잠들었다. 잠든 걸 보고 이불을 덮어준 후 잣토는 종이를 쳐다봤다. 계약서라고 적혀있는 글자에 밑에는 이사쿠의 서명이 있었다. 그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종이를 접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품 안에 넣었다.
***
눈을 뜨니 느껴지는 두통에 머리를 잡고 얼굴을 찡그렸다. 몸을 일으켰다가 숙취에 다시 누워서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으니 문이 열렸다.
“이사쿠군. 언제까지 잘 거지?”
“어. 잣토씨. 오늘은 그냥 계속 잘래요.”
잣토는 그에게 뭐라고 하면서 성주가 부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에 급하게 준비하고 난 뒤 복도로 같이 나갔다.
“잣토씨는 저 옆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거예요? 이번에 닌자대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얼른 다른 분들에게 가는 게 좋지 않아요?”
“뭐. 그렇긴 하지. 성주에게 간 뒤 보러 가려고. 군도 내 소속이니.”
“그렇군요. 네? 잠시만요? 제가요?”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별 표정 없는 잣토를 쳐다봤다. 잣토는 그 모습에 품에 소중하게 가지고 있던 계약서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잘 보라는 의미로 ‘젠포우지 이사쿠’라고 서명이 되어있는 부분을 손짓으로 쉽게 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 친절함을 아쉽게도 이사쿠는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이 서명한 것을 넋을 놓고 쳐다봤다. 돌처럼 움직이지 않는 그에게 잣토가 말했다.
“자네가 즐겁게 웃으면서 서명하더군. 여기서 일절 강요나 협박은 없었네.”
그 말에 어제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이 취했다는 것과 서명한 것이 기억이 났다. 바보 이사쿠,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그는 속으로 자신을 자학한 후 스스로 합리화를 하면서 정신을 추스르려고 노력했으나, 이미 정신이 나갔다. 넋놓고 있다가 성주가 생각이 났다. 일단 여기 성주에게 가야 하니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일단 성주님 보고 부상자 치료할게요.”
“마음대로.”
잣토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기쁜 얼굴을 했다. 그와 반대로 이사쿠는 초조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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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이사]길
졸업이 다가오는 그들이 궁금해져서 써 본 글입니다.
팔목을 다친 센조는 보건실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약초 정리를 하고 있는 이사쿠가 있었다. 약초정리에 집중한 나머지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모습에 살짝 웃으며 조용히 문 닫고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갔음에도 알아채지 못하는 그가 귀여웠으나 한편으로는 닌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쿠”
“응? 아. 센조구나. 어디 다쳤어?”
그 말에 자신이 다친 손목을 들어 올렸다. 팔목을 이리저리 보고 살짝 만지던 이사쿠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짝 삐끗했구나. 이 정도면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붕대 감아줄게.”
그는 약초 정리를 멈추고 센조를 자리에 앉혔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치료받던 센조는 그 모습을 관찰했다. 열심히 붕대를 감는 이사쿠 얼굴에는 자잘한 상처와 또 어디서 다쳤는지 허벅지에는 붕대가 감겨있었다. 불운한 사람. 자주 다치고 자신의 불운에 알고 있는 그는 다칠 때 마다 ‘역시 난 불운해.’ 하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보였다. 붕대를 다 감은 이사쿠는 활짝 웃었다.
“다 됐다! 한동안 그쪽 손목 쓰지 말고 아프면 찾아와. 진통제 줄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활짝 웃는 그 모습에 센조도 웃음이 지어졌다. 같이 웃다가 아직도 나가지 않는 그에게 자상하게 물었다.
“센조?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요즘 잠이 잘 안 와.”
“그거 큰일이네. 하루에 몇 시간 자?”
“두시간.”
시간을 듣고 이사쿠는 기겁을 했다. 자신은 두시간 자고서는 버틸 수 없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약을 처방할지 아니면 수면에 좋다는 찻잎을 줄지 고민했다. 센조는 혼자 곰곰이 고민하는 그 모습에 말했다.
“수면에 좋다는 차를 마셔봤지만, 효과는 없었어.”
“아. 그러면.”
이사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초를 몇 개 꺼내어 약 달였다. 자신 옆에 앉아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센조? 왜 나 얼굴에 또 뭐 묻었어?”
뭐가 묻었는지 싶어서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고 하는 그에게 센조는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제 닌자대에 들어오라는 제의가 들어왔어.”
“그거 잘됐네. 센조는 능력이 좋으니까 그럴 거 같았어.웃으면서 부채질하는 그에게 센조는 물었다.
“너는 졸업하고 뭐 할 거야?”
“전장의가 될까 싶어.”
“어디 소속?”
이사쿠는 고개를 저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소속은 글쎄. 나는 다른 애들처럼 뛰어나지 않으니 어디 오라는 곳은 없지 않을까?”
소속 없는 전장의를 누가 지켜줄까? 성주의 욕심으로 죽어 나가는 건 그 아랫 사람들. 지금도 전쟁은 끝없고 사람은 죽어 나간다. 그 사이에 있는 소속 없는 전장의. 무사할 리가 없다.
“이사쿠!”
자신의 이름을 부른 이유를 알고 있는 그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볼을 만졌다. 센조의 시선을 피하고자 계속 부채질했지만, 그마저 저지당했다. 이사쿠의 손목을 꽉 잡은 센조는 무서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그는 이사쿠의 턱을 잡고 자신을 쳐다보도록 했다. 이사쿠는 자신의 상황보다 다친 손목으로 자신을 세게 잡는 그가 걱정되었다. 붕대 쪽으로 시선이 가는 걸 본 그의 턱을 세게 잡았다. 들켜버려서 이제 도망갈 곳이 없는 이사쿠는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사쿠.”
“응? 응. 왜?”
“난 이사쿠가 좋아.”
“응. 나도 센조가 좋아.”
자신의 처지를 아직도 모르는지 해맑게 웃는 이사쿠를 보고 센조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 전장의가 되지 않았으면 해.”
“왜? 내가 잘하는 건 치료인걸?”
“네가 일찍 죽기를 원하지 않아.”
“나도 센조가 일찍 죽기를 원하지 않아. 오래 살아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고 손주도 보고 그랬으면 좋겠어.”
일부로 못 알아들은 척하는 그에게 센조는 잡은 손을 세게 잡았다.
“이사쿠. 내 말은 그 뜻이 아닌 거 알잖아.”
“앗. 센조. 잠시만. 약이.”
옆에 있는 약을 까먹고 있던 이사쿠는 그의 손을 풀고 급하게 수습한 뒤 쳐다봤다.
“응. 무슨 뜻인지 알아. 그래도 나는 전장의가 될 거야.”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 센조는 입술을 깨물었다.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냉정하게 참기 어렵던 센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건실을 나갔다. 보건실에 남은 이사쿠는 아까 당당하던 행동과 다르게 고개를 숙였다. 보건실에 비라도 떨어지는지 그의 옷에 한 방울씩 물이 떨어졌다. 깊은 한숨을 쉬고 난 뒤 그는 지친 표정으로 주인 없는 약을 쳐다봤다. 누군가에게 이 모습을 들킬까 봐 몸을 웅크리면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보건실에는 약초 냄새와 함께 조용한 비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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