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누나츠] 비

나츠메 2017. 4. 20. 22:25

그림을 그리던 그는 색연필을 놓고 창밖을 쳐다봤다우중충한 하늘곧 있으면 비가 올 거 같았다비라는 생각에 그제야 밖에 널어놓은 빨래가 생각이 났다덜 마르기는 했으나 비에 젖어서 다시 씻는 것은 싫다자리에서 일어나 빨래를 집안으로 넣었다밖에 창문을 닫으니 그때 들리는 빗소리.

아슬아슬했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비에 맞은 생쥐 꼴이 될 뻔했다빨래를 다시 널고 다시 작업할 때 전화가 왔다화면에 떠 있는 수신자에 무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살짝 웃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행복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빗소리에 목소리는 좀 더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차분하지만즐거운 목소리사소한 이야기 했지만그래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에 그는 전화를 끊고 웃으며 현관으로 갔다문을 여니 빗소리가 더 잘 들렸다머리에서 털어지는 물방울에 그는 웃었다.

이런 꼴이 말이 아니네.”

비에 젖은 상대방의 모습이 의외라서 웃음이 나왔다현관에서 웃으면서 그를 쳐다만 보고 있으니 그가 부끄러운지 볼이 약간 빨개졌다.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괜찮아어서 들어와.”

서 있는 그를 안으로 밀었다물이 떨어져서 흔적을 남겼지만집주인은 상관하지 않고 일단 비에 젖은 생쥐를 샤워실로 넣었다수건과 속옷을 건네주면서 집주인은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농담에 당황하는 표정으로 서있자 집주인은 크게 웃었다. 귀여워. 라고 말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다 씻고 나왔을 때 문 앞에는 갈아입을 옷이 있었다언제 청소했는지 자신이 남긴 물 자국이 없었다보이지 않는 집주인을 찾으러 소리 난 곳으로 걸어갔다요리책을 열심히 보면서 요리하는 뒷모습에 귀여워 안아주고 싶었지만방해될 거 같아 소파에 앉았다다 씻고 나오니 몸이 나른해진다

**

흔들리는 몸맛있는 냄새눈을 떠보니 웃고 있는 나츠메가 보였다몸을 일으키니 덮여있던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서 일어나서 밥 먹어.”

자신이 깜박하고 잠들어버렸다는 것과 미안함에 사과했다사과에 대답하지 않고 웃으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쓰다듬어주는 느낌이 좋은지 반항하지 않고 웃으면서 가만히 있는 모습이 고양이 같았다.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들을 보면서 그는 입을 벌렸다.

정말 혼자 다 한 거야? 도와달라고 하지,”

괜찮아.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같이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꼭 신혼부부 같았다. 그는 직장 하소연과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 나츠메 또한 보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소소한 일상을 말하면서도 그들은 뭐가 즐거운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설거지는 그의 몫. 설거지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츠메는 다시 하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지금 출판을 준비하고 있는 동화책의 삽화를 그렸다어릴 적부터 듣고 싶었던 말들을 동화로 쓰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동화가 나오고 아이들이 자신의 동화책을 본다는 자체가 부끄러웠다. 동화책을 많이 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을 그가 수줍음이 많기 때문이라고 타누마는 말했다. 나츠메는 원래 삽화를 외주를 맡겼지만이번 동화만큼은 자신이 그리고 싶다고 하였다. 설거지를 끝낸 그는 일하고 있는 나츠메를 위해 음료를 준비했다.

나츠메이거 마시고 해.”

컵에 담긴 따듯한 커피에 웃으면서 받았다옆 앉아서 그가 그린 것을 빤히 쳐다보다가 작게 그려진 냥코선생의 모습에 귀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거 너무 미화된 거 아니야?”

아 이거냥코선생이 자기 그리면 작게 그려달라고 해서.”

사실 좀 더 포동포동하니까.”

냥코선생의 몸을 손으로 표현하는 모습에 나츠메는 그랬나? 하면서 웃었다. 그림을 보면서 하나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요괴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그이기 때문에 처음 보는 요괴들이 많았다. 한편으로 같은 것을 볼 수 없다는 씁쓸한 감정이 들었지만, 나츠메가 자신이 요괴를 보게 된다면, 어떤 표정으로 쳐다볼지 예상이 되어 그런 감정은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 넣게 된다. 설명을 다 들은 후 일에 방해되지 않게 그는 조심히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거실 한 벽면의 책장에는 나츠메가 쓴 동화책들이 있다. 한참 동화책의 제목을 보다가 처음 보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책으로 작업이 되지 않았는지, 스케치북으로 되어 있는 것을 읽으려고 할 때 뒤에서 나츠메가 손을 잡았다.

이건 아직 퇴고를 못 해서.”

자상한 목소리와 달리 얼굴을 굳어있었다. 보면 안 될 것이라도 본 듯한 표정. 그 표정에 그는 머쓱해졌다. 어색하게 머리를 만지고 있자 나츠메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미안해. 타누마. 나중에 작업 다 끝나면 보여줄게.”

타누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츠메는 그 원고를 작업실로 가지고 갔다. 거실에 남은 타누마는 밖을 쳐다봤다. 아직도 오는 비. 내일 쉬는 날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하면서 소파에 앉아 그는 넋 놓았다. 나츠메가 색연필로 그리는 소리와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는 자장가 같았다. 깜박깜박하던 눈은 감겨버렸다.

배고프지 않아?”

작업하다가 배고품에 잠시 나온 그는 타누마를 보고 웃음이 났다. 아기처럼 웅크리고 자는 모습에 볼 한번 찔러보니 표정이 약간 찌그러졌다. 그렇게 구경하다가 그를 깨우지 않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사실 깨워서 침대에서 자라고 하고 싶었지만,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의 머리를 조금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

햇빛이 그를 조심히 깨웠다. 일어난 그는 시간을 확인하고 놀랐다.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자, 씻고 난 온 나츠메가 웃었다.

잘 잤어? 하도 안 일어나길래. 뽀뽀로 깨워야 하나 싶었어.”

에이. 내가 무슨 잠자는 숲속에 공주야?”

그거 좋은데? 잠자는 숲속에 타누마. 다음 내는 책은 그걸로 할까?”

타누마는 기겁하면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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