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AN

[센이사] 고백

닌타마 2018. 1. 14. 01:19

사빛님의 리퀘로 쓴 글입니다(키워드 눈오는 날, 고백) 


바닥에 쌓인 눈을 차고 있다가 옆에 작은 눈사람이 있는 것이 발견했다. 혼자 있는 눈사람이 외로워 보여서 옆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주다 보니 기다리던 사람이 옆에 와있었다.

센조. 언제 왔어? 말했으면 인사했을 텐데.”

집중하고 있는 거 같아서. . 저걸 보니까 눈사람이 세개 있는 느낌이야?”

세 개라는 말에 무슨 뜻이지 하면서 숫자를 다시 세어봐도 두 개었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있자 센조는 웃으면서 그의 볼을 눌렀다.

여기 눈사람 더 있어. 오늘따라 눈사람 같아.”

? 그런가? 하긴 나도 입으면서 눈사람 같다는 생각하긴 했어.”

목도리와 긴 외투, 장갑을 낀 모습이 꼭 외국 동화에 나올 거 같은 눈사람 모양이기는 했다. 그와 반대로 센조는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그 모습에 쳐다보다가 이사쿠는 자신이 하고 있던 초록 목도리를 벗었다. 목도리를 센조의 목에 둘러주자, 거부했지만 이사쿠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 이제 센조도 눈사람.”

센조는 그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같이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나도 눈사람.”

 

만나면 같이 식당을 가고, 밖을 돌아다니면서 노는 것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저 웃으면서 중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행복할 시간도 부족하기에, 그냥 행복한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암묵적 약속이었다. 그렇게 놀다가 각자의 집으로 간다. 다음에도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겠지라는 생각. 다음이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여겼다.

 

**

눈 위에 빨간 꽃이 한 송이, 두 송이, 늘어나는 꽃에 다급히 눌러보지만,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걸 쳐다보던 사람은 옆에서 울고 있는 그를 저지한다. ‘포기해, 이미 늦었어.’라는 말에도 울면서 그를 뿌리쳤지만, 결국 끌려간다. 몸에 쌓이는 눈을 치울 힘없이 누워서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기만 해야 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왔고 마지막 순간까지 다 말하지 못했다.

기분 나쁜 꿈이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같은 꿈을 7번 정도 꾸었을 때, 울고 있는 사람이 가까운 사람과 닮았다는 것과 자신에게 무엇을 말해려고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 전화는 수신음이 두 번 울리다가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기에 걸렸는지, 코가 막힌 목소리와 훌쩍거리는 소리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보다 자신의 말을 전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 아니면 더는 전할 기회가 없을 거 같았다.

이사쿠. 이른 아침에 미안한데, 전할 게 있어.”

? 어떤 거? 뭐가 있지...? 아 전에 그 목도리? 그거 센조 해도 괜찮아.”

그 말에 방에 걸려있는 목도리를 보면서 아직 전해주는 걸 잊었다는 걸 알았다.

목도리 말고도. 이건 직접 말해야 할 거 같아. 내가 너네 집으로 갈게.”

. 괜찮기는 한데 언제 온다는...”

이사쿠의 말을 다 듣지 않고 괜찮다는 말에 그는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의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는지, 평상시보다 멀게 느껴졌다. 걸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자신이 말한 뒤 예상 반응들을 생각해보면 그만두는 게 맞을 거 같지만, 모르겠다. 그냥 아니 이 말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꿈이 전생을 말하던, 허구인 듯 상관없다. 그저 자신에게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사쿠의 집에 도착한 후, 숨을 천천히 쉬고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와 우당탕하는 소리. 급하게 달려오는 것이 느껴져 미소가 지어졌다.

센조. 춥지? 어서 들어와.”

마스크에 담요를 꽁꽁 싸매고 그를 반겨주었다. 기침에 콧물. 이번에도 독감을 피해 가지 못했다. 콜록거리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감기 때문에 센조 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급한 거 같아서. 무슨 일이야?”

이사쿠의 말은 잘 들리지 않고, 머릿속의 또 다른 자신이 재촉이었다. 눈을 감고 깊은숨을 쉰 후 그는 이사쿠를 보면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다가 가게를 발견해서, 이거 죽이랑 약이야. 아직 밥 안 먹었을 거 같아서.”

고마워. 잘 먹을게. 거기 편하게 앉아. 뭐 마실 거라도 줄까?”

아니. 이사쿠 여기 앉아봐. 할 말이 있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다가, 아까보다 더 빨개진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울고 말았다. 꿈이랑 비슷한 울음. 하지만 표정이 달랐다. 그의 예상대로 이사쿠를 달래고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왔지만,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이사쿠는 그에게 대답했다.

나도 센조가 좋아.”

그들은 원하던 답을 얻었다. 그 뒤에는 웃던 센조도, 울던 이사쿠도 서로를 쳐다보다가 웃다가, 몰아오는 기쁨과 서러움에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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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이사]담배

닌타마 2018. 1. 4. 02:37

*담배피는 이사쿠


약초정리, 붕대 정리를 다 마치고 옆에 있던 담뱃대를 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하다 결국 잡아버렸다. 옆에 누워서 곤히 자는 이를 잠에 깨지 않도록 조심히 방 밖으로 나갔다. 다들 잠들어 있는 밤. 서늘한 기온에 윗옷이라도 들고 올 걸 싶었지만, 다시 들어갔다가는 못 나올 거 같았다. 복도에 앉아 담배를 피우니 한결 머리가 가벼워졌다. 담배를 접했던 것은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그 뒤로 이렇게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피게 되었다.

센조가 이걸 봤으면 혼냈겠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면 잔소리를 할 모습이 떠올라서 혼자 웃었다. 그러다 순간 소름이 돋아서 얼른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뒤돌아보니. 잠에서 일어나 문 앞에 서 있는 센조가 보였다. 서로 눈을 마주치자 이사쿠는 얼어서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걸 본 센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워서 그에게 주었다.

계속 펴. 뭘 그렇게 놀래.”

혼나는 걸까? 담뱃대 압수? 그런 안 좋은 생각에 초조한 이사쿠를 보고 그는 웃고 말았다.

안 혼내. 그냥 펴. 우리가 애도 아니고.”

그 말에 아까보다 몸이 좀 풀렸지만, 여전히 작아진 상태로 앉았다. 좀 있으면 혼자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에 센조는 이사쿠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렇긴 하지? 아니 잠시만 센조 아직 아프니까 밖에 나오지 말고.”

다급하게 센조를 방안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둘이 복도에 앉아서 이사쿠는 담배를 피우고, 센조는 이사쿠가 담배 피우는 걸 구경하다가 그의 담뱃대를 뺏었다. 그는 당황스러움에 다시 돌려받으려고 하기도 전에 센조는 담뱃대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 뒤 콜록거리는 소리에 이사쿠는 담뱃대를 뺐고 불을 껐다.

그러게 안으로 들어가자니까.”

생각보다 독하네. 담배는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 느껴보는 담배에 궁금한 점을 이리저리 말하지만, 이사쿠는 아직 아픈 그에 관한 걱정이 더 앞섰다.

방에 가서 말해줄게. 어서 들어가자.”

여기 있어도 되는데.”


억지로 방안으로 센조를 들여보내고 찬바람이 더 들어오기 전에 문을 닫았다. ‘괜한 걱정이야.’라고 말했지만 이사쿠는 들은 채도 안 했다.

큰 부상이었어. 3일 동안 못 일어났고 이제 점점 나아지려고 할 때 더 조심해야지. 감기라던가 감염이라던가. 괜찮아진 거 같아도 몸은 아직 아니라고.”

이사쿠의 잔소리를 듣고 있으니, 순간 니이노 선생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자신이 잘 때까지 잔소리를 계속할 것을 알기에, 센조는 군말 안 하고 누웠다. 누워서 눈 감은 모습까지 보고 난 뒤 이사쿠는 그제야 만족한 지 불을 끄고 자신도 옆에 누웠다. 눈 감고 자려고 했지만, 궁금한 점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사쿠 자?”

아직 안 자.”

자신과 있을 때 담배를 피우던 모습을 본 적도 없고 담배 냄새가 난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기에 센조는 이사쿠가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는지 궁금했다.

한 달 전부터 피다가 요즘 안 폈는데. 오늘 그냥 생각이 나서.”

이사쿠. 담배 편하게 펴. 피고 싶을 때는 펴야지.”

그 말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담배가 생각 난 이유가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에 말을 아꼈다. 부상은 임무의 마무리쯤 방심으로 총상을 입었다. 피범벅인 상태로 이사쿠의 방에 도착했을 때 그의 표정이 기억나지 않지만, 어땠을지 상상은 된다. 천장을 쳐다보면서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이사쿠. 다음부터 임무에 조심할게. 미안해.”

뒤 들려오는 대답이 없어서 옆을 쳐다보니 이사쿠는 자고 있었다. 방금까지 대화하다가 빨리 잠든 이사쿠가 귀여우면서 피곤했을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말랑한 그의 볼을 살짝 만지다가 그대로 센조도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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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이사] 내기

닌타마 2018. 1. 4. 01:11

*어두운 분위기

*유혈묘사 있음(약간 있어요.)



흰색은 그 색을 잃었고, 누군가의 피인지, 자신의 피인지 구분이 되지 않은 전쟁터에서 손에 든 붕대를 쓸 일은 없었다. 자신이 조금만 빨랐다면 그런 생각을 했지만, 흩날리는 깃발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자신에게 과거를 번복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을 조용히 떠나는 것뿐.

급하게 눌러 담았던 약초도 엉망으로 묶인 붕대도 그대로 들고 돌아온 채 길을 걷다가 피곤함에 나무 아래에 앉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하늘에 피워진 연기를 쳐다봤다. 수많은 전쟁터, 많은 시체, 부상자를 보아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쳐버린 몸과 마음은 그가 더는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버렸다.

‘... 역시 그때 그만두어야 했는데

떠오르는 과거 생각에 숨겨둔 담뱃대를 꺼냈다. 원래부터 담배를 피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에 담긴 것을 이렇게라도 내뱉지 않으면, 답답함에 그는 쉴 수가 없었다.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담배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웃음이 나고 말았다.

잣토씨 오랜만이네요.”

학원 다닐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잣토는 이사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고 둔하던 이사쿠도 이제 그가 다가올 때를 알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던 이사쿠를 보고 눈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사쿠의 말에 금세 웃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이번에 닌자대의 업적이 대단하더군요. 정말이지.”

잣토의 웃는 모습에 꺼내려던 뒷말을 삼키고 말았다. 산 사람을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겠지. 첫 부상이었다면 살았을 사람도, 크게 상처가 없던 사람도 목에 다들 똑같이 수리검이 있었다. 처음부터 이사쿠가 할 일이 없었다. 일찍 가더라도, 늦게 가더라도 결과는 늘 똑같이 만들어버렸다. 그는 늘 집요하게 그렇게 이사쿠의 손을 묶어버렸다.

아 그래. 이번은 좀 번거로웠지. 주군의 명령이었지.”

잣토는 이사쿠 옆에 앉아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닌자대의 실력이 늘기는 했다던가, 새로운 동료가 늘었다던가 그런 시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이사쿠의 표정을 바라볼 뿐이다. 이사쿠는 그 말에 무관심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일방적인 대화.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이것은 익숙하다. 그는 전쟁터에 이사쿠가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사쿠 또한 그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것도.

가만히 말을 듣던 그는 담뱃불을 끄고 담뱃대를 내려두었다.

오늘따라 몸이 따갑네요.”

그 말의 의미를 알았지만, 잣토는 능청스럽게 넘겼다. 그 후 잣토의 손짓에 새라도 날아갔는지, 나뭇잎이 하나가 이사쿠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나뭇잎을 쳐다보던 잣토는 말했다.

나뭇잎이 머리에 떨어졌네. 꼭 너구리 같군.”

? 뭐 둔갑이라도 할까요?”

어이없는 표정을 바라보던 잣토는 그의 볼을 잡아당겼다.

이미 너구리가 둔갑해서 이사쿠군인 것처럼 흉내 내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평상시였으면 바로 손을 치고 화를 내겠지만, 그럴 힘조차 없었다. 눈에 보이는 잣토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옆에서 행복하다는 듯이 웃는 그. 그가 뭘 바라는지 알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 이런 것이 반복된 거라는 것도.

이전 그의 행동에 분노를 참지 못하던 이사쿠는 화를 내면서 그를 죽이려고 했을 때, 숨어있던 닌자들이 몸을 누르면서 목에 칼을 겨누었을 때도, 그는 웃었다. 그 일을 떠올리니 그때라도 이사쿠는 도망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 생각 끝에 정해진 답을 생각하니 그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의 옆에서 위로하는 척 토닥이면서 잣토는 속삭였다.

이사쿠군은 똑똑하지.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 않아?”

잣토의 말에 이사쿠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내가 도망갈 길은 있기나 했을까? 기회가 있기는 했을까?’ 처음부터 그에게는 선택권도 기회도 없었다. 갈 수 있는 것은 한 길뿐이었다. 이사쿠는 결국에는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꺼내고 말았다.

그렇게 할게요. 당신 뜻대로 다 그만둔다고. 그러니까...”

이제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지쳤다. 어차피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내기. 계속해서 얻는 것이 이사쿠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잣토는 기다리던 것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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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JAN

[센이사]축제

닌타마 2017. 11. 27. 23:14

사빛님께서 주신 리퀘로 쓴 글입니다.


이장이 빌려준 방안에서 둘이 가만히 앉아있다가, 무언가 생각난 센조는 갑자기 웃으면서 그를 잡은 후 얼굴에 분칠했다. 갑작스러운 터라 뭐라 하기 전, 이미 이사쿠는 화장에서 옷, 머리까지 여장이 다 끝나있었다. 빨간 입술, 살짝 붉은 볼, 수수한 꽃이 달린 머리 장식에 옅게 꽃 자수가 놓인 파란색 기모노까지, 누가 봐도 여인으로 보일 것이다. 여장을 자주 하지 않기에 익숙하지 않은 옷에 불편한지, 아니면 기분이 나빴는지 이사쿠의 표정이 뚱한 채로 말했다.

센조. 여장이라는 말은 없었잖아.”

? 이장님도 말했잖아. 부부로 나서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구시렁거렸지만, 센조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서 그 말을 듣지 못했다. 평소

보다 더 들떠 보이는 센조의 모습에 이사쿠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뭐 오랜만에 평범한 임무라서 그런가? 라는 생각으로 넘겼다. 둘에게 맡겨진 임무는 어렵지 않았다. 임무의 내용은 이랬다. ‘축제에 이상한 사람을 나타나는지를 대신 감시해달라는 것.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증거로 마을 이장은 편지를 보여줬다. 편지 내용에는 축제를 엉망으로 해버리겠다는 저주가 담겨있었다. 사실 그 편지를 받았을 때 이장은 그냥 장난이겠지 싶어서 넘겼지만, 실제 축제 재료가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일이 생기자, 위기감을 느껴서 의뢰를 넘겼다고 하였다. , 부부처럼 위장해서 축제에서 이상한 사람을 찾아달라는 것 외에는 평범한 의뢰였다.

그들이 길거리에 나서 지켜본 마을은 평화로웠다. 무슨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축제. 이런 축제를 엉망으로 해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센조는 이사쿠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말했다. 마을 정보부터, 대처 방법, 작전 같은 것들. 하지만 대답이 들리지 않자, 뒤돌아보니 이사쿠가 가게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부인.”

혼자서 어디 가지 말라는 식으로 화내면서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이사쿠의 웃음이었다.

이것 봐.”

이사쿠가 가리킨 것은 보라색으로 꽃 자수가 놓인 손수건이었다. 어디가 닮았다는 거야? 라고 말하려다가, 실밥이 튀어나오고 엉망인 노란 오리 인형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생각나는 것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건 부인 닮았네.”

? 나 놀리는 거지?”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가게 직원은 이때다 싶어서 영업했다. 두 개를 사면 싸게 주겠다는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사쿠와 이걸 왜 돈 주고 사냐 하는 센조였다. 결국 이사쿠는 그 두 개를 사고 기쁜 표정이었다. 이사쿠는 손안에 든 노란 오리 인형을 그에게 주면서 부적대신 생각하라는 말에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거 들고 다니다가 불운이 더 올 거 같은데?”

그런가?”

그렇게 서로 놀리거나 놀면서 마을 순찰 겸 축제 구경을 했다. 이상한 사람이 있다던가, 큰일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이사쿠가 주변의 유혹을 못 이기고 음식점 앞에 가만히 서 있어서 달래는 데 센조가 힘들 거 빼고는 말이다.

이때쯤 되면 이건 임무가 아니라 휴가였다. 평화로운 축제에 그 둘은 정찰하는 것을 멈추고 밤하늘에 수놓은 폭죽을 구경했다. 센조는 폭죽을 구경하다가 옆에 앉아있는 이사쿠를 쳐다봤다. 예쁘게 터지는 폭죽 불빛 때문에 이사쿠가 예뻐 보이는 건지, 원래 예뻐서 그런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벗어둔 모자로 반짝이는 불빛을 가리고 이사쿠를 불렀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옆을 쳐다보면서 웃으면서 대답하자 센조는 말하지 않고 입 모양으로 대답했다. 그 대답을 보고 이사쿠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다. 큰 폭죽이 커질 때 둘은 같이 입맞춤을 했다. 입맞춤을 끝으로 이사쿠와 센조는 둘 다 얼굴이 빨개진 상태였다. 센조는 모자로 부채질했고 이사쿠는 얼굴을 열심히 숙였다.

그렇게 열을 식히고 있을 때 그 둘을 지나가는 이상한 느낌에 서둘러서 그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서 확인하니 칼을 잡고 있는 이장이었다. 의뢰인이 찾던 사람이었다니, 이장이 이상한 짓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마을 축제가 너무 평화로워서 작은 소란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실 의뢰 내용을 받고 실제 마을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수상했던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작은 물건들이 사라졌지만, 필요 없는 것이라던가, 재료가 사라진 적이 있지만, 다시 돌아왔다는 등 그 말에 내부인의 저지른 일이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으나, 생각지도 못한 이장이었다는 것에 센조는 허탈했다. 그와 달리 이사쿠는 그랬구나 하면서 웃으면서 넘겼다. 임무는 사실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냥 같이 즐겁게 놀았다고 생각하자는 말에 센조도 자신이 얻은 것을 생각하면서 이장에게 화내는 것을 멈추었다.

임무를 끝난 후 둘은 마음 편하게 놀다가 꽃 파는 소년에게 센조는 꽃다발을 하나 샀다. 꽃다발? 웬일이야? 라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이사쿠의 뒷머리에 꽃 하나를 끼우고 나머지는 그에게 주었다. 센조 행동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도 부부 놀이하는 거야?”

놀이라니. 그래서 우리가 부부가 아닌가요? 어여쁜 부인.”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 얼굴을 만지면서 하는 그의 말에, 그 말의 뜻을 이해하고 이사쿠는 대답 대신 가만히 눈을 감으면서 살포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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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이사]하얀 꽃

닌타마 2017. 7. 24. 00:13

함쨘님에게 주제를 받고 쓴 글입니다.


늦은 밤. 다들 자는 시간에 상급생들에게 임무가 주어질 때가 많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에 이사쿠는 한숨을 쉬었다. 불운이 이번에는 오지 않기를 하면서 기도했지만, 될 리가 없다. 죽지 않고 살아오면 다행이라는 생각하면서 준비를 했다. 가벼운 응급처치약, 비밀 무기 몇 개. 옷은 가볍게. 준비하면서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그의 귓가에 맴돌고 있다. 죽을지도 모른다. 맴도는 것을 없애기 위해 고개를 저은 후 준비했다. 준비 끝에 밖으로 나가자 센조가 서 있었다.

쉽게 끝난 임무에 방심과 생각보다 많은 미행. 둘은 허덕이면서 싸웠다. 싸움의 끝에 가까워질 때 불운은 그를 관통했다. 뒤에 있던 센조는 눈이 잠시 커지고 난 뒤 침착하게 마무리를 했다. 바닥에 쓰러진 이사쿠를 잡고 상황을 살폈다. 관통한 위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붕대로 피가 흐르는 곳을 일단 압박했다. 주문처럼 침착해. 진정해  생각하지만, 떨리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압박하는 느낌에 이사쿠는 흐려지는 정신에도 응급처치 방법을 말했다. 자신이 가져온 약이 어디 있는지 하급생에게 응급처치를 알려주는 것처럼 친절하게. 얼굴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비가 오네 라고 태평한 생각 하다가 눈앞이 깜깜해졌다.

밝은 빛, 우는 소리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하급생 란타로와 후시키조. 다른 보건위원회 아이들도 울고 있었다.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서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할 때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웠다. 저리 울다가 탈수증상 오겠다는 생각에 조용히 말했다.

나는 괜찮아. 계속 울다가 나랑 같이 누워있겠다. 이제 뚝

괜찮다는 말과 뚝이라는 소리에 아이들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아직도 걱정되는지 서럽게 울었다. 자신이 달래주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말할 기력도 없다. 그저 다시 자고 싶다는 생각에 정신이 왔다 갔다 할 때 문이 열렸다.

아니. 환자 옆에서 이렇게 울고 있어? 누가 보면 장례라도 치룬 줄 알겠다.”

동실인 케마의 말에 아이들은 눈물이 멈추었다. 란타로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케마 선배. 그런 기분 나쁜 말 하지 말아요.”

그 말 뒤에 다른 아이들 또한 케마에게 한소리를 했다. 케마는 당황하면서 사과하자 그제서야 이야기가 끝났다. 케마가 아이들을 밖으로 보내고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그는 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푸른 하늘 밑에 바람이 부는 하얀 꽃밭. 그곳에 주저앉아 화관을 하나씩 만들다가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자신을 부르던 소리가 끝날 때 하늘은 어두워지고 비가 내렸다. 갑작스러운 비에 비를 피하고자 일어나려고 할 때 누군가 나타나 자신을 잡았다. 가지마. 제발. 애절한 목소리에 그는 가만히 서 있었다. 가만히 비를 맞고 서 있을 때 우산을 쓰고 있는 졸업한 선배가 보였다. 자신에게 오라는 손짓과 미소에 반가워서 가려고 할 때 아직도 잡힌 손이 풀리지 않았다. 힘을 주어도 화를 내도 풀리지 않았다. 반 포기한 상태로 주저앉아 선배를 쳐다봤을 때 갑자기 그 선배는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배는 기이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사라지고 꽃밭과 하늘은 없어졌다. 어두운 공간에 자신을 잡은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누구야?”

그제야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그를 쳐다볼 때 몸이 심하게 흔들리고 두통이 왔다.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을 잡은 센조가 보였다. 다급한 목소리와 자신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 후 니이노 선생님을 불렀다. 고열과 상처의 출혈, 식은땀. 상태는 다시 나빠졌고 이사쿠가 다시 잠드려고 할 때마다 옆에서 센조가 깨웠다. 니이노 선생님 목소리가 들릴 때 이사쿠는 센조의 일어나라는 말을 들으면서 다시 잠들었다.


그 이후 전보다 가벼워진 몸으로 눈을 떴을 때 자신 옆에서 자는 그를 발견했다.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복부의 통증으로 다시 누웠다. 자고 있는 센조를 구경하다가 눈물 자국과 눈가가 부은 그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잠꼬대를 자신을 부르는 모습에 귀여워서 대답해주다가 잠에 깨어난 그와 눈이 마주쳤다.

센조 잘 잤어?”

그 말에 대답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센조는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내가 다쳤어야 했는데... 미안해, 라는 말의 반복에 이사쿠는 가만히 그의 머리를 만졌다.

그의 옆에서 센조는 계속 간호를 했다. 안 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의 고집을 이길 자가 누가 있는가? 몸이 좀 나아지고 과일을 먹어도 된다는 말에 센조는 사과를 가지고 왔다. 옆에서 사과를 깎아서 이사쿠에게 먹여줬다. 이사쿠는 자기가 아기는 아니라고 화를 냈지만, 센조에게 들리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이사쿠는 갑자기 생각 난 것을 말했다.

센조. 나 전에 꿈에서 ㅇㅇ선배 만났다.”

그 말에 센조는 처음에 그냥 넘어가려다가 그 선배를 떠올랐다. 눈이 커지고 손에 있던 칼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는 놀라서 떨리는 손을 감추기 주먹을 쥐었다.

센조. 괜찮아?”

. 괜찮아. 계속 말해줘.”

말과 떨리는 목소리. 이사쿠는 그것을 모르는지 계속 말했다.

그래서 그 선배가 오라고 해서 가려고 했는데 누가 나를 세게 잡았다. 가지 말라고. 얼마나 애절하게 말하던지. 그래서 못 갔어. 누구인지 궁금해서 얼굴을 봤는데

이사쿠는 떨리는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쳐다보고 활짝 웃었다.

날 잡아줘서 고마워 센조.”

자신 때문에 다쳤다는 죄책감과 그의 상태에 마음이 무거웠던 그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사탕을 바닥에 떨어뜨린 아이처럼 그는 서럽게 울었다. 이사쿠는 웃으면서 그를 품에 안았다. 이제 괜찮아 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그의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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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JUL

[센이사]작은 새

닌타마 2017. 7. 2. 20:31

사빛님의 소재 제공으로 쓴 글입니다. 이사쿠와 센조 둘 다 대학생입니다.


우연이었다. 복도를 걷다가 쳐다본 곳에서 위태로운 사람을 보았고 그저 난간에서 기대어 떨어지기 직전인 사람을 센조가 잡았다. 2층 높이의 난간에 떨어질 뻔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하는 그에게 묘하게 신경질이 났다. ‘기분 나빠.’라고 생각하면서 더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이름을 알려달라는 부탁에도 무시. 그저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과제로 작품을 만들다가 배고픔에 편의점으로 가던 센조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갈색 머리에 들판에 넘어져 있는 사람. 처음에는 행위예술인 건가 싶었지만, 여기서 할 이유가 없다. 설마 시체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매우 놀라서 달려가 보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밑에 들리는 신음소리에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자신을 일으켜달라는 말에 도와주니 전에 봤던 그 사람이었다. 깊은 한숨을 쉬고 상태를 확인했다. 한쪽 다리에 붕대가 감겨있고 흙과 풀 때문에 엉망인 것 빼고는 괜찮아 보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을 받은 것이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어색하게 뒷머리를 만지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를 만나는 것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에 2~3번꼴로는 들판에 누워있는 그를 발견했고 당연하게 그의 과방으로 데려다줬다. 그가 쓰러지는 이유에 관해 센조는 대강 들었다. 한쪽 다리의 문제. 잘 걸어 다니는 편이지만, 고장 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다리의 문제로 자주 넘어지는 편이라고 한다. 물론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겠지만.

센조 미안해. 자주 넘어지네.”

괜찮아. 새삼스럽게.”

다치고, 치료하고, 데려다주는 것의 반복. 한의과이면서 치료를 받는 이사쿠의 입장으로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컸지만, 센조는 별생각 없었다. 일과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끝. 이사쿠를 잡고 데려다줄 때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약초 냄새가 자주 난다는 것이다. 넘어져서 생긴 냄새가 아니라 원래 자신의 몸 냄새처럼 났다. 약초 냄새에 관하여 생각하고 있을 때 이사쿠가 웃으면서 말했다.

센조는 물감 냄새가 자주 나서 다가오면 아 센조구나 싶어.”

그래? 그렇게 많이 나는 편인가?”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뭐랄까 센조의 특유의 향이랄까?”

서로의 향에 관하여 이야기하다가 도착한 과방에는 그의 동기인 케마가 늘 있었다. 셋은 익숙하게 인사를 하고 센조는 학교를 벗어나 편의점에 간다. 이런 일의 반복. 그들의 관계는 새둥지에 새끼가 떨어지는 것을 잡아주는 것처럼 그러고 끝?

***

학기가 끝날 때쯤이면 하는 전시회. 형식적인 것이라서 누가 보러오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 자리 지키는 일이 지루함에 하품하고 엎드리고 있을 때 익숙한 사람이 지나갔다. 갈색 머리 사람. 작품들을 곰곰이 보다가 가장 큰 그림 앞에서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5, 10분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 때 뒤에서 센조는 어깨를 살짝 잡았다.

우어어?!”

갑작스러운 느낌에 소리를 지른 후 동근 눈이 더 동그랗게 크게 떠진 상태로 그를 보고 당황하는 눈치가 보였다.

... 센조?”

전시회에서는 조용히. 뭐 다른 사람도 없으니 상관없어.”

그가 보고 있던 그림을 같이 쳐다보고 물어봤다.

그림 마음에 들어?”

? . 예뻐. 그림이 부드러워서 좋아. 그나저나 센조 양복 입은 거 처음 봐. 잘 어울린다.”

그런가?”

. 정말 잘 어울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귀여운 이사쿠를 보고 저절로 웃음이 같이 나왔다. 잡담 후 그림에 관하여 또 다른 평을 들으면서 센조는 계속 웃었다.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모른 체 신나게 말하는 이사쿠. 이야기를 다 들은 센조는 그림 옆에 있는 제목을 잘 보라고 했다. 그림 제목 밑에 적혀있는 이름. 그제서야 이사쿠는 작가 앞에서 평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센조가 그린 거였어? 역시 뭔가 다른 그림들 보다 반짝였어!”

존경의 눈빛으로 센조를 바라보던 이사쿠는 얼굴이 빨개진 그를 보고 갸우뚱했다. 열이라도 있나 싶어서 이마를 만지려고 했지만, 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의해 하지 못했다.

센조. 교대하자. 밥 먹고 와.”

. 잠시만. 이사쿠 밥 먹었어?”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반응을 보고 난 후 휴대폰 시간을 보고 무언가 검색하는 듯한 행동이 보였다. 멍하니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앞에 있는 그림의 제목을 자세히 봤다. 그림과 다른 느낌의 제목. 무슨 뜻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할 때 센조가 선수를 쳤다.

그러면 같이 밥 먹자. 학교 앞에 맛있는 식당 있는데 지금 딱 열 시간이라서.”

. 좋아.”

제목과 그림에 무슨 뜻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한 채 같이 밖으로 나갔다.

***

그림을 다 그리고 난 후 지쳐서 그림을 멍하기 쳐다보다, 그는 배고픔에 편의점에 갔다. 돌아온 다음 그는 다시 그림을 쳐다보다가 붓을 들었다. 완성된 그림 위에 흰색을 칠하고, 그 위에 녹색.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 그린 작품에 붓을 들어 다시 칠하는 모습에 주변에 작업하는 동기들은 그를 말렸다.

괜찮아. 그 제시간 안에 끝나.”

주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품을 다시 구상했다. 처음부터 그에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림이었다. 그리고 싶은 것이 생겼으니 새로 그릴 뿐이다. 이전 그림에 그리던 시간이 아깝다는 말도 들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차라리 미완성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다 완성했을 때 제목을 적고 그는 웃었다. 그의 그림 옆에 붙여진 흰 종이에 작은 새와 그의 이름, 학과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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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JUN

[잣이사]사탕과 종이학

닌타마 2017. 6. 30. 21:57

*연령반전, 의사 이사쿠, 환자 잣토입니다.(월하님 소재를 받아서 쓴 글입니다.)


한쪽 안구를 잃고, 한쪽 청각이 상실될 정도의 큰 전신화상. 3주간 의식 불명에서 깨어난 작은 몸은 고통스러웠다. 링거와 약은 항생제와 진통제. 진물인 생긴 것을 막기 위해 자주 갈아주는 붕대. 그런 사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조금씩 나아지는 기세가 보여서 다들 안도를 했다. 그를 간호한 것은 그의 형. 원인 불명의 화재로 살아남는 것은 그뿐. 화재현장에 없었던 그의 형만이 무사했다. 처음 그가 깨어났을 때 눈물을 쏟아냈다. 매일, 매일 울던 그의 형은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 자신 형이 시끄럽게 굴 때마다 무표정으로 있던 그는 귀찮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몸을 버리고 가고 싶을 뿐이다.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 등 우울한 생각과 괴로운 생각을 밖으로 내색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낼 뿐이다.

잣토군. 안녕. 이번 담당 의사인 이사쿠라고 해요.”

자고 일어나니 차트를 들고 침대 앞에 서 있는 의사. 자신의 형보다 어려 보였다. 가운 주머니는 빵빵했고 어리숙해 보였다. 갈색에 곱슬머리, 머리가 푸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웃고 고개를 그저 끄덕일 뿐인데 뭐가 좋은지 웃으면서 기뻐하는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어때요? 기분이 괜찮아요?”

아침마다 하는 말. 무엇을 바라는 건가 싶어서 쳐다보면, 웃는 모습만 보였다. 이사쿠는 무의식적으로 사탕을 주려다가, 아차하고 집어넣었다. 매일 아침에 와서 상태를 확인하고 친해지려고 이야기하지만, 잣토는 그렇게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

. 잣토군 안녕.”

피곤함에 복도를 걸으면서 주머니에 있는 사탕들을 입에 넣으려다가 서 있는 잣토에게 들켰다. 서 있는 잣토를 보고 이사쿠는 생각했다.

이제 좀 걸어 다니네. 생각보다 다리 쪽 화상이 심하지 않았지.’

인사에도 반응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잣토에게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웃으면서 다시 말을 걸었다.

왜요? 선생님 얼굴에 뭐 묻었어요?”

사탕. 그렇게 많이 먹으면 충치 생겨요.”

.”

동료의사들에게도 듣던 소리를 그에게 들으니 더 충격이 컸다. 자신이 그렇게 양치질을 안 하게 생겼나 싶었지만, 손에 있는 사탕을 세었다. 5. 한번에 먹기에 많긴 했다.

충치 생기면, 아파서 치료받아야 할 거예요.”

. 그렇죠.”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그저 듣고 있다가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에 잣토쪽으로 다가갔다. 시선을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으니 머리 위에 느껴지는 작은 손에 당황했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만지는 것이 강아지 머리를 만지는 느낌이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대답은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선생님 착하네요.”

... 그래요?”

한동안 계속되었던 만짐의 끝에는 작은 종이학이 있었다. 잣토의 주머니 안에 구겨진 종이학. 그것을 이사쿠의 손 위에 올렸다.

누가 그랬어요. 학을 100마리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요. 하나 정도는 선생님 줄게요.”

전보다 친해진 느낌에 웃으면서 이사쿠는 기뻐했다. 그 뒤 그는 물어보았다.

고마워요. 무슨 소원인지 물어봐도 괜찮아요?”

지금은 비밀. 나중에 알려줄게요.”

그 말의 끝으로 다시 걸어가는 잣토를 뒷모습을 그저 이사쿠는 넋 놓았다가 정신을 차리고 걸어가다가 무의식적으로 사탕을 입안에 넣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가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대신 받은 종이학을 보면서 붕대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갔다. 주변 동료가 와서 그에게 무슨 즐거운 일이 있냐고 묻자, 그는 그저 비밀이라고 말하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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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AY

[센이사]-장마(사빛님 리퀘)

닌타마 2017. 5. 16. 23:36

사빛님 리퀘로 쓴 글입니다. 


동굴 안에 먼저 나온 그는 밖에 들리는 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모르는 이사쿠는 그저 귀한 약초를 구한 것에 기뻐했다. 신이 난 붕대의 노래는 빗소리에 사라졌다. 끝나지 않을 거 같은 비에 둘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 센조. 내가 괜히 같이 가자고 해서.”

사과하는 그에게 무표정을 대답했다.

괜찮아.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 저기 빈 집이 보이는 데 저기라도 갈까?”

좋아. 잠시만

약초가 비에 젖어 뭉개질까 봐 자신의 외투로 감싸 약초 가방에 안에 넣는 것을 보고 센조는 한편으로 약초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지만, 약초를 설명하면서 오는 이사쿠가 생각이 났다. 중요한 약초. 저것이 있으면 한동안 감기에 관한 약초를 안 구해도 된다고 신나서 말했다. 약초에 관해 잘 알지 못했던 그는 그렇구나 하고 말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약초를 구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감기에 걸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하는 지 윗옷까지 벗으려는 그를 센조가 말렸다.

이사쿠. 지금 비가 좀 적게 내리는 거 같아. 서둘러 가자.”

. .”

**

허름한 집. 사람의 산 흔적이라고는 그저 약간의 주방 도구들이 남아있다는 것과 헌 이불들이 있는 것이 다였다. 수북이 쌓인 먼지에 이사쿠가 재채기를 하자 센조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바보 같은 얼굴. 재채기할 때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웃기던지. 자신 때문에 웃는지 모르는 이사쿠는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코를 풀고 주변을 살폈다. 비가 새는 곳이 없는지, 잠시 머물러도 괜찮으니 확인해보니. 다행히 비가 새는 곳은 없었다.

다행이다. 센조. 비가 새는 곳은 없나 봐. 생각보다 집이 튼튼한데? 센조는 이 집이 비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집 주변을 보니 빈집 같았어.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과 마당에 작물이 심하게 말라 있어서 이사했나 싶었지.”

아니면 사람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거나.’라는 뒷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 말에 이사쿠는 그 말에 센조를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대단해. 나는 봐도 알 수 없던데. 역시 센조야.”

. 닌자라면 그 정도야. 그나저나 비는 피했는데 이렇게 다 젖어서 원. 잠시 땔감 할 게 있는지 살피고 올게.”

이사쿠가 고개를 끄덕이자. 센조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낡은 땔감이 있는 것에 안도하고 밖을 나갔을 때 옷을 벗고 있는 이사쿠가 보였다.

. 땔감이 있었네. 다행이네. 윗옷이 많이 젖었어. 센조도 어서 벗어.”

그는 옷에 남아있는 물기를 짜내고 어디 걸만한 곳을 살피고 있었다. 윗옷을 걸고 나니 찝찝한 바지를 벗을까 말까 고민하다 젖은 옷을 입고 감기 걸리는 것보다야 차라리 먼지 쌓인 이불을 덮는 것이 나겠다는 생각 했다.

그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 센조는 땔감에 불을 피우고 그 주위에 앉아서 이사쿠를 구경했다. 훌러덩 옷을 벗어 버리는 모습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는 표정이며, 자신을 향해 웃는 것도 귀여웠다. 바라보는 시선에 이사쿠는 센조에게 물었다.

센조? 센조는 옷 안 벗어도 돼? 젖은 옷 입고 있으면 감기 걸릴 텐데. 이불이라도 가져다줄 테니까 어서 벗어.”

그 말에 괜찮다고 하자 이사쿠는 표정이 안 좋아졌다.

내가 안 괜찮아! 감기 걸리면 얼마나 힘든데. 요즘 아픈 사람이 들어서 돌볼 사람도 적고.”

그러면서 센조의 윗옷에 손을 대자 그는 기겁하면서 자신이 알아서 벗겠다는 것을 말하자 그제야 손을 놓았다.

감기에 안 걸리는 게 최고. 몸이 안 아프게 최고야.”

당당하게 말하던 그는 재채기했다. 보건위원장이지만, 자신이 아픈 것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이다. 불운은 역시 그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잠시 맞은 비에 감기 기운이 오고 말았다. 약간의 미열과 재채기와 기침에 센조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 . 몸이 안 아픈 게 좋죠. 그러니 어서 이사쿠 먼저 쉬어.”

주변에 있던 이불을 몸에 꽁꽁 싸매고 앉혀놓고 센조 또한 옷 벗고 이불을 덮었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던 중 이사쿠는 물어보았다.

센조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 있지. 이사쿠는?”

나도 있어.”

이사쿠가 있는 말에 순간 철렁했지만, 그 뒤 말에 안도했다.

토메사부로도 좋고, 센조도 좋고, 몬지로도 좋고, 아무튼 다 좋아.”

배시시 웃는 모습에 센조의 입꼬리가 갔다. 서로 보면서 웃다가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이사쿠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다가 자신의 가방 안에 주먹밥이 있다는 것이 떠오르는 그는 일어나서 주먹밥을 꺼냈다. 센조 앞에 주먹밥을 두고 말했다.

센조 같이 먹자.”

아니 괜찮아. 이사쿠 혼자 먹어.”

. 그러면 남겨둘 테니 나중에 배고프면 먹어.”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서 먹는 데 열중하는 그보다가 입가에 묻은 밥풀보고 농담을 던졌다.

이건 언제 먹으려고 보관해 둔거야?”

센조는 밥풀을 때주면서 손에 묻은 밥풀은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 고마워 센조. 나도 몰랐는데 나 많이 배고팠나 봐. 묻히고 먹고.”

그러게. 맛있어?”

. 맛있어. 나중에 센조도 꼭 먹어.”

센조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밖을 살펴보던 센조는 비가 멈출 기세가 안 보이니 여기서 자다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사쿠에게 말하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니 앉아서 자는 그가 보였다. 피곤했는지, 센조가 들어오는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자는 모습이 아이 같아서 쳐다보다가 이사쿠의 이마 위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아까보다는 열이 더 많이 나네. 물수건이라도 만들어야겠어.’

바닥에 이사쿠를 눕히고 이마에 방금 적신 손수건을 올렸다. 꽃자수가 놓여있는 손수건. 꽃을 좋아하는 이사쿠가 떠올라 마을에서 산 손수건이었다. 파는 주인은 어떤 아가씨에게 주려고 고르냐고 농담을 하면서 잘되기 바란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손수건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물수건을 쓰일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 이렇게라도 전해지면 다행인 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정도 모르고 곤히 자는 이사쿠의 볼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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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APR

[몬센]소나기(함쨘님에게)

닌타마 2017. 4. 18. 22:08


비다.”

하늘이 무너질 거 같은 빗소리에 복도를 지나가던 센조는 멈추고 창밖을 쳐다봤다. 천둥소리, 빗소리, 밖에 있던 아이들의 비명. 다른 아이들은 우산이 없는 것에 걱정하고 있을 때 센조는 여유로웠다. 운동장 모래가 비에 떠내려가는 걸 빤히 쳐다보면서 동질감을 느낄 때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센조?”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뒤돌아보니 무거운 책을 들고 있는 몬지로가 보였다

몬지로. 어디가?”

교실 들렸다가 집 가려고. 너는?”

. 나도 집 가야지. 우산 있어? 같이 가자.”

몬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센조는  급식이야기, 디저트 가게 이야기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와 교실에 갔다.  다른 아이들은 다 가버린 조용한 교실에서 그 둘은 짐정리를 하고 있을 때 밖에는 하얀빛이 번쩍거렸다. 그 뒤 들리는 커다란 소리에 몬지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란 표정을 본 센조는 혼자 웃기 시작했다. 옆에서 몬지로는 웃는 것에 뭐라고 하면서 화를 내자 웃음이 사라지고 교복 위에 한 방울씩 비가 내렸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그는 당황하면서 얼굴을 가렸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어찌할지 모르면서 이 곳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넘칠 때 몬지로는 그가 사라지지 않도록 껴안아주었다

센조는 묶여진 풍선 같은 모습이 자주 보였다. 묶여있는 끈을 풀면 하늘로 사라질 거 같은 풍선. 풍선을 놓지 않기 위해서는 끈을 단단히 묶을 수 밖에.  비가 멈추고 햇빛을 머금은 하늘이 보일 때 안에서도 소나기도 멈추었다. 그 뒤 센조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괜찮아. 몬지로 걱정하지 마.”

그 말에 다른 의미를 알기에 걱정을 놓을 수 없었다. 위태로운 것을 알면서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센조를 바라보다가 결국 그는 속에 삼켜왔던 말을 꺼냈다. 그 말 뒤에는 서러운 울음소리가 조용한 교실을 채웠다.

***

몬지로. 일어나.”

자신을 흔드는 행동에 깨어난 그의 얼굴을 보고 센조는 웃었다. 책의 모서리 모양 그대로 찍혀서 자국이 볼에 남았다. 네모난 모양 위에 빨개진 볼. 학교에서 자지 않는 그가 자고 있다니 센조는 신기해했다.

어젯밤에 안자고 뭘 열심히 했길래 침까지 흘리면서 자?”

자국이 있는 볼을 문지르면서 웃고 있는 센조를 빤히 보다가 몬지로는 말했다.

그냥. 요즘 피곤한가 봐.”

그래? 어서 집에 가서 더 자. 학교에서 자다가 교실에 갇혀버릴지도 모른다고.”

뭐가 즐거운지 웃으면서 농담하는 모습 몬지로는 앞에 서 있는 센조의 팔을 잡았다. 자신이 느끼는 감에 관해 그는 믿기로 했다.

센조. 너 괜찮아?”

? 갑자기 왜? 나보다 네가 안 괜찮아 보이는데?”

엉뚱한 질문에 이상한 표정으로 웃는 센조 모습에 자신이 보았던 꿈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몬지로는 손을 놓고 같이 웃었다. 그저 자신이 잔걱정이 많기에 생긴 일이라고 넘겨버리고 싶었다. 하교하면서 새로운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자는 센조의 말에 몬지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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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산지]꽃밭-푸루님리퀘

닌타마 2017. 3. 12. 20:43



푸루님 리퀘로 쓴 글입니다. 커플링: 헤이다유 X산지로( ts)


둘 다 평상시에 입던 닌자 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같이 걸어가고 있다. 산지로는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눈을 비비면서 혼자서 웅얼거렸다. 맞잡은 헤이다유의 손이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피곤함을 느꼈다.

헤이다유 어디 가는 거야?”

가면 알 거야.”

무슨 중요한 장소인지 알려주지 않고 혼자 히죽 웃으면서 가는 그를 보면서 산지로는 의문이 들었다. 궁금증 반, 피곤함이 반인 상태로 거의 그가 끌고 가는 듯이 걸어갔다. 한참을 걸었을 때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갑작스러운 멈춤에 헤이다유의 등에 산지로는 얼굴을 부딪쳤다.

아야. 헤이다유 갑자기 멈추면...”

그에게 뭐라고 하려고 하다가 앞에 펼쳐진 풍경에 눈이 커졌다. 봄을 알리는 꽃이 가득 피어있는 곳. 커다란 정원 같았지만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꽃밭이었다. 헤이댜유는 넋 놓고 있는 산지로를 보고 웃다가 그를 꽃밭 가운데로 끌고 갔다.

전에 다 같이 임무 나갔다가 우연히 지나가면 봤어. 예쁜 풍경이라서 같이 오고 싶었어.”

그 말을 다 들은 산지로는 활짝 웃었다. 작게 고맙다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같이 주저앉아서 이야기하다가 예쁜 꽃을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산지로가 작은 꽃 두 송이를 꺾었다. 그다음 작게 매듭을 만들어 작은 반지를 만들었다. 자기 손에 하나 헤이다유 손에 하나. 손가락에 끼인 반지를 서로 쳐다보면서 활짝 웃었다. 바람 만들어낸 꽃비를 같이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헤이다유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부끄러움에 빨개진 헤이다유와 반대로 그 모습에 웃음을 짓던 산지로는 자신의 보자기 안에 있던 간식을 꺼냈다.

이거같이 먹으려고 샀던 거야. 같이 먹자.”

보자기를 푸니 여러 종류의 과자들이 있다. 오랜만에 본 과자에 바로 하나 집어 먹고 헤이다유는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맛있어. 산지로도 어서 먹어.”

맛있다니 다행이네. 응 나도 먹을게.”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에 행복한 표정을 짓다가 같이 꽃밭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봤다. 봄바람과 햇빛을 가려주는 구름이 그들에게 자장가라도 불러주는지 천천히 눈감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잠들어버렸다. 잘 때도 떨어지기 싫은지 서로의 작은 손을 잡고 있었다.

***

산지로 일어나. 우리가 잠시 잠들었나 봐.”

조심스럽게 산지로의 몸을 흔들면서 잠을 깨웠다. 깨우는 소리에 하품과 기지개를 하면서 일어났지만, 멍한 얼굴이었다.

배고프지 않아? 점심 먹으러 가자.”

. 먹으러 가자

어기적거리는 산지로의 손을 잡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봐.”

꽃을 잠시 살피다가 몇 가지의 꽃들을 보자기에 넣었다.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감싸서 끈을 묶었다.

꽃은 왜?”

잘 말려서 차에 넣어 마시자. 방에 있는 간식이랑도 잘 어울릴 거야.”

그래. 이제 밥 먹으러 가자.”

그들은 행복했던 곳을 벗어나면서 다음에 또 오기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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