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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04 [커미션]마지막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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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마지막 이름
점인님의 커미션 글입니다.(공미포 2027)
오늘 타누마의 연못이 흐릿하게 보였을 때 나츠메는 생각했다.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걸. 잘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혼란스러움에 머릿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찾기가 힘들었다. ‘분명. 분명히...무엇이.’ 생각하는 도중 순간 나토리가 한 말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요괴의 이름을 적는 것, 그런 주술은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야.’
그 말에 다급하게 펼친 우인장의 남은 종이가 바람에 흔들렸다. 어제 이름을 돌려줬기에, 얇아진 우인장에는 한 장만 남았다. 그걸 보고 나츠메는 깨달았다. 이름을 전해줄 때마다 기력이 딸려서 쓰러지던 것, 가면 갈수록 요력이 약해지는 것도, 모든 상황의 원인은 우인장이었다. 요괴들이 자신을 찾는 것도, 이렇게 된 것도 모든 게...
문득 처음부터 이를 알았다면, 선택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선택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자신이 아니면 전해줄 사람이 없기에. 하지만 전해주고 나서는? 그 뒤는? 이제 보이던 것도, 남아있는 요력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 복잡한 생각에 혼자 길에서 멈춰서 있었다.
“나츠메님?”
들려오는 갓파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니 자신을 소매를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른 접시와 힘들어 보이는 모습에 당연하다는 듯이 가방 안에 물을 꺼내서 접시를 적신 후 보냈지만, 슬픔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서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머리가 복잡한 건 여전했다.
***
“상황이 이렇게 되었어.”
사실대로, 야옹 선생에게 말했을 때 들려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이름을 돌려주지 말라.’
이름을 전해주지 않아도 되는 걸까? 정말 이래도 있어도 되는 걸까? 말다툼 끝에 이름을 돌려줘야 한다고 했을 때 야옹 선생은 ‘한심한 녀석.’이라는 말을 하고 창밖으로 나가버렸다.
2주간 오지 않는 야옹 선생, 오지 않는 이유를 알기에 나츠메는 찾지 않는다. 요력이 이대로 잃어버리면, 원하던 평범한 삶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먹으면서 체념했을 때, 친한 요괴들이 자신을 통과해가는 꿈을 꾸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이 스쳐 지나갔을 때, 서러움과 안타까움에 울면서 일어났다. 남은 이름을 전해주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들을 나츠메를 보고, 그는 그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겠지.
“싫어. 그렇게 되는 건.”
얼굴을 감싸면서 눈물을 닦아내지만, 상상만 해도 싫은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타래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타래는 풀어도 끝이 없을 것이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나토리나 마토바에게 말하는 게 나을까 싶지만, 그들에게서도 야옹 선생과 같은 대답이 들을 것이 뻔하기에.
“바보 나츠메.”
창문을 열고 들어온 야옹 선생은 그런 나츠메를 보자마자 말했다. 그 뒤로 계속 ‘멍청이, 바보, 착해 빠진 것’ 이러면서 비난을 했지만, 나츠메는 아무 말 없이 야옹 선생을 안았다.
“나츠메. 놔라. 불편하다.”
야옹 선생은 버둥거렸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가만히 안겨 있다. 털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짧은 팔로 그의 등을 토닥였다.
진정된 나츠메는 야옹 선생을 놓아주고 그의 말을 들었다.
“마음대로 해라. 그 대신.”
이어진 뒷말에 나츠메는 다 듣자마자, 다시 울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서 뒤늦게 들어온 히노에가 그 모습을 보고 야옹 선생에게 ‘무슨 짓 한 거야. 이 술주정뱅이야!’라고 했고 옆에서 중급들은 소란스럽게 ‘옳소. 옳소!’ 하면서 히노에를 응원했다. 야옹 선생은 억울함에 자신이 안 그랬다고 하지만 화내지만, 그 말은 통할 리가 없다. 이런 개판을 창밖에 미스즈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심함에 고개를 저었다.
***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개모임 요괴들과 함께 모여서 야옹 선생은 나츠메 상태를 말했다. 그 말에 히노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술잔을 기울여다.
“그렇군. 어쩔 수 없네. 어차피 영원히 우리랑 있을 수 없잖아.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눈 깜박할 정도이니.”
중급들은 자신들을 더는 보지 못하다는 것에 울었고, 히노에는 아무 말 없이 술을 계속 마셨다. 모든 말을 다 듣고 있던 미스즈는 말을 꺼냈다. 남은 우인장의 이름을 주인으로서, 이름을 받는 것을 늦게 받아도 된다는 말과 요력이 떨어지게 되면 벌어질 일에 관해서 자신들이 지켜주면 되지 않는 말에 히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츠메가 살아있을 동안이 눈 깜박할 정도의 유희라고 생각하지 뭐. 잠깐이야. 어때 마다라.”
같이 지낸 그 정이라는 것이 뭐라고, 예전의 야옹 선생이었으면 이런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츠메와 지내면서 후지와라 부부들에게 받은 사랑 등을 생각하면 자신도 그것을 깨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 잠깐의 유희라고 생각하지 뭐.”
자신의 선택이 귀찮기도 하겠지만, 인간의 삶은 짧다는 것을 알기에 유희라는 핑계를 대면서 나츠메와 계속 있고 싶을 뿐일 것이다. 정이라는 것이 무섭다. 예전만 해도 별것이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걱정하고 생각하다니. 웃으면서 그는 말했다.
“나도 참 나약해졌어.”
“맞아. 지금 말랑해진 뱃살만 봐도 누구든 알고 있을 거야.”
히노에는 야옹 선생의 뱃살을 만지면서 말하자, 그는 화내면서 신경질을 내고 중급들은 자신들이 나츠메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면서 즐거워한다. 서로 즐거우면서 이야기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기에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 그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괜찮은 것으로 마음을 속이면서 웃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