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이사]담배

닌타마 2018. 1. 4. 02:37

*담배피는 이사쿠


약초정리, 붕대 정리를 다 마치고 옆에 있던 담뱃대를 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하다 결국 잡아버렸다. 옆에 누워서 곤히 자는 이를 잠에 깨지 않도록 조심히 방 밖으로 나갔다. 다들 잠들어 있는 밤. 서늘한 기온에 윗옷이라도 들고 올 걸 싶었지만, 다시 들어갔다가는 못 나올 거 같았다. 복도에 앉아 담배를 피우니 한결 머리가 가벼워졌다. 담배를 접했던 것은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그 뒤로 이렇게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피게 되었다.

센조가 이걸 봤으면 혼냈겠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면 잔소리를 할 모습이 떠올라서 혼자 웃었다. 그러다 순간 소름이 돋아서 얼른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뒤돌아보니. 잠에서 일어나 문 앞에 서 있는 센조가 보였다. 서로 눈을 마주치자 이사쿠는 얼어서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걸 본 센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워서 그에게 주었다.

계속 펴. 뭘 그렇게 놀래.”

혼나는 걸까? 담뱃대 압수? 그런 안 좋은 생각에 초조한 이사쿠를 보고 그는 웃고 말았다.

안 혼내. 그냥 펴. 우리가 애도 아니고.”

그 말에 아까보다 몸이 좀 풀렸지만, 여전히 작아진 상태로 앉았다. 좀 있으면 혼자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에 센조는 이사쿠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렇긴 하지? 아니 잠시만 센조 아직 아프니까 밖에 나오지 말고.”

다급하게 센조를 방안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둘이 복도에 앉아서 이사쿠는 담배를 피우고, 센조는 이사쿠가 담배 피우는 걸 구경하다가 그의 담뱃대를 뺏었다. 그는 당황스러움에 다시 돌려받으려고 하기도 전에 센조는 담뱃대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 뒤 콜록거리는 소리에 이사쿠는 담뱃대를 뺐고 불을 껐다.

그러게 안으로 들어가자니까.”

생각보다 독하네. 담배는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 느껴보는 담배에 궁금한 점을 이리저리 말하지만, 이사쿠는 아직 아픈 그에 관한 걱정이 더 앞섰다.

방에 가서 말해줄게. 어서 들어가자.”

여기 있어도 되는데.”


억지로 방안으로 센조를 들여보내고 찬바람이 더 들어오기 전에 문을 닫았다. ‘괜한 걱정이야.’라고 말했지만 이사쿠는 들은 채도 안 했다.

큰 부상이었어. 3일 동안 못 일어났고 이제 점점 나아지려고 할 때 더 조심해야지. 감기라던가 감염이라던가. 괜찮아진 거 같아도 몸은 아직 아니라고.”

이사쿠의 잔소리를 듣고 있으니, 순간 니이노 선생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자신이 잘 때까지 잔소리를 계속할 것을 알기에, 센조는 군말 안 하고 누웠다. 누워서 눈 감은 모습까지 보고 난 뒤 이사쿠는 그제야 만족한 지 불을 끄고 자신도 옆에 누웠다. 눈 감고 자려고 했지만, 궁금한 점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사쿠 자?”

아직 안 자.”

자신과 있을 때 담배를 피우던 모습을 본 적도 없고 담배 냄새가 난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기에 센조는 이사쿠가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는지 궁금했다.

한 달 전부터 피다가 요즘 안 폈는데. 오늘 그냥 생각이 나서.”

이사쿠. 담배 편하게 펴. 피고 싶을 때는 펴야지.”

그 말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담배가 생각 난 이유가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에 말을 아꼈다. 부상은 임무의 마무리쯤 방심으로 총상을 입었다. 피범벅인 상태로 이사쿠의 방에 도착했을 때 그의 표정이 기억나지 않지만, 어땠을지 상상은 된다. 천장을 쳐다보면서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이사쿠. 다음부터 임무에 조심할게. 미안해.”

뒤 들려오는 대답이 없어서 옆을 쳐다보니 이사쿠는 자고 있었다. 방금까지 대화하다가 빨리 잠든 이사쿠가 귀여우면서 피곤했을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말랑한 그의 볼을 살짝 만지다가 그대로 센조도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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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이사] 내기

닌타마 2018. 1. 4. 01:11

*어두운 분위기

*유혈묘사 있음(약간 있어요.)



흰색은 그 색을 잃었고, 누군가의 피인지, 자신의 피인지 구분이 되지 않은 전쟁터에서 손에 든 붕대를 쓸 일은 없었다. 자신이 조금만 빨랐다면 그런 생각을 했지만, 흩날리는 깃발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자신에게 과거를 번복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을 조용히 떠나는 것뿐.

급하게 눌러 담았던 약초도 엉망으로 묶인 붕대도 그대로 들고 돌아온 채 길을 걷다가 피곤함에 나무 아래에 앉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하늘에 피워진 연기를 쳐다봤다. 수많은 전쟁터, 많은 시체, 부상자를 보아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쳐버린 몸과 마음은 그가 더는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버렸다.

‘... 역시 그때 그만두어야 했는데

떠오르는 과거 생각에 숨겨둔 담뱃대를 꺼냈다. 원래부터 담배를 피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에 담긴 것을 이렇게라도 내뱉지 않으면, 답답함에 그는 쉴 수가 없었다.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담배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웃음이 나고 말았다.

잣토씨 오랜만이네요.”

학원 다닐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잣토는 이사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고 둔하던 이사쿠도 이제 그가 다가올 때를 알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던 이사쿠를 보고 눈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사쿠의 말에 금세 웃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이번에 닌자대의 업적이 대단하더군요. 정말이지.”

잣토의 웃는 모습에 꺼내려던 뒷말을 삼키고 말았다. 산 사람을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겠지. 첫 부상이었다면 살았을 사람도, 크게 상처가 없던 사람도 목에 다들 똑같이 수리검이 있었다. 처음부터 이사쿠가 할 일이 없었다. 일찍 가더라도, 늦게 가더라도 결과는 늘 똑같이 만들어버렸다. 그는 늘 집요하게 그렇게 이사쿠의 손을 묶어버렸다.

아 그래. 이번은 좀 번거로웠지. 주군의 명령이었지.”

잣토는 이사쿠 옆에 앉아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닌자대의 실력이 늘기는 했다던가, 새로운 동료가 늘었다던가 그런 시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이사쿠의 표정을 바라볼 뿐이다. 이사쿠는 그 말에 무관심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일방적인 대화.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이것은 익숙하다. 그는 전쟁터에 이사쿠가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사쿠 또한 그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것도.

가만히 말을 듣던 그는 담뱃불을 끄고 담뱃대를 내려두었다.

오늘따라 몸이 따갑네요.”

그 말의 의미를 알았지만, 잣토는 능청스럽게 넘겼다. 그 후 잣토의 손짓에 새라도 날아갔는지, 나뭇잎이 하나가 이사쿠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나뭇잎을 쳐다보던 잣토는 말했다.

나뭇잎이 머리에 떨어졌네. 꼭 너구리 같군.”

? 뭐 둔갑이라도 할까요?”

어이없는 표정을 바라보던 잣토는 그의 볼을 잡아당겼다.

이미 너구리가 둔갑해서 이사쿠군인 것처럼 흉내 내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평상시였으면 바로 손을 치고 화를 내겠지만, 그럴 힘조차 없었다. 눈에 보이는 잣토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옆에서 행복하다는 듯이 웃는 그. 그가 뭘 바라는지 알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 이런 것이 반복된 거라는 것도.

이전 그의 행동에 분노를 참지 못하던 이사쿠는 화를 내면서 그를 죽이려고 했을 때, 숨어있던 닌자들이 몸을 누르면서 목에 칼을 겨누었을 때도, 그는 웃었다. 그 일을 떠올리니 그때라도 이사쿠는 도망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 생각 끝에 정해진 답을 생각하니 그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의 옆에서 위로하는 척 토닥이면서 잣토는 속삭였다.

이사쿠군은 똑똑하지.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 않아?”

잣토의 말에 이사쿠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내가 도망갈 길은 있기나 했을까? 기회가 있기는 했을까?’ 처음부터 그에게는 선택권도 기회도 없었다. 갈 수 있는 것은 한 길뿐이었다. 이사쿠는 결국에는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꺼내고 말았다.

그렇게 할게요. 당신 뜻대로 다 그만둔다고. 그러니까...”

이제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지쳤다. 어차피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내기. 계속해서 얻는 것이 이사쿠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잣토는 기다리던 것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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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마지막 이름

커미션/나츠메 2017. 12. 4. 20:33

점인님의 커미션 글입니다.(공미포 2027)


오늘 타누마의 연못이 흐릿하게 보였을 때 나츠메는 생각했다.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걸. 잘 보이던 것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혼란스러움에 머릿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찾기가 힘들었다. ‘분명. 분명히...무엇이.’ 생각하는 도중 순간 나토리가 한 말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요괴의 이름을 적는 것, 그런 주술은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야.’

그 말에 다급하게 펼친 우인장의 남은 종이가 바람에 흔들렸다. 어제 이름을 돌려줬기에, 얇아진 우인장에는 한 장만 남았다. 그걸 보고 나츠메는 깨달았다. 이름을 전해줄 때마다 기력이 딸려서 쓰러지던 것, 가면 갈수록 요력이 약해지는 것도, 모든 상황의 원인은 우인장이었다. 요괴들이 자신을 찾는 것도, 이렇게 된 것도 모든 ...

문득 처음부터 이를 알았다면, 선택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선택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자신이 아니면 전해줄 사람이 없기에. 하지만 전해주고 나서는? 그 뒤는? 이제 보이던 것도, 남아있는 요력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 복잡한 생각에 혼자 길에서 멈춰서 있었다.

나츠메님?”

들려오는 갓파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니 자신을 소매를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른 접시와 힘들어 보이는 모습에 당연하다는 듯이 가방 안에 물을 꺼내서 접시를 적신 후 보냈지만, 슬픔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서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머리가 복잡한 건 여전했다.

***

상황이 이렇게 되었어.”

사실대로, 야옹 선생에게 말했을 때 들려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이름을 돌려주지 말라.’

이름을 전해주지 않아도 되는 걸까? 정말 이래도 있어도 되는 걸까? 말다툼 끝에 이름을 돌려줘야 한다고 했을 때 야옹 선생은 한심한 녀석.’이라는 말을 하고 창밖으로 나가버렸다.

2주간 오지 않는 야옹 선생, 오지 않는 이유를 알기에 나츠메는 찾지 않는다. 요력이 이대로 잃어버리면, 원하던 평범한 삶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먹으면서 체념했을 때, 친한 요괴들이 자신을 통과해가는 꿈을 꾸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이 스쳐 지나갔을 때, 서러움과 안타까움에 울면서 일어났다. 남은 이름을 전해주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들을 나츠메를 보고, 그는 그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겠지.

싫어. 그렇게 되는 건.”

얼굴을 감싸면서 눈물을 닦아내지만, 상상만 해도 싫은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타래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타래는 풀어도 끝이 없을 것이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나토리나 마토바에게 말하는 게 나을까 싶지만, 그들에게서도 야옹 선생과 같은 대답이 들을 것이 뻔하기에.

바보 나츠메.”

창문을 열고 들어온 야옹 선생은 그런 나츠메를 보자마자 말했다. 그 뒤로 계속 멍청이, 바보, 착해 빠진 것이러면서 비난을 했지만, 나츠메는 아무 말 없이 야옹 선생을 안았다.

나츠메. 놔라. 불편하다.”

야옹 선생은 버둥거렸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가만히 안겨 있다. 털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짧은 팔로 그의 등을 토닥였다.

진정된 나츠메는 야옹 선생을 놓아주고 그의 말을 들었다.

마음대로 해라. 그 대신.”

이어진 뒷말에 나츠메는 다 듣자마자, 다시 울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서 뒤늦게 들어온 히노에가 그 모습을 보고 야옹 선생에게 무슨 짓 한 거야. 이 술주정뱅이야!’라고 했고 옆에서 중급들은 소란스럽게 옳소. 옳소!’ 하면서 히노에를 응원했다. 야옹 선생은 억울함에 자신이 안 그랬다고 하지만 화내지만, 그 말은 통할 리가 없다. 이런 개판을 창밖에 미스즈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심함에 고개를 저었다.

 

***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개모임 요괴들과 함께 모여서 야옹 선생은 나츠메 상태를 말했다. 그 말에 히노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술잔을 기울여다.

그렇군. 어쩔 수 없네. 어차피 영원히 우리랑 있을 수 없잖아.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눈 깜박할 정도이니.”

중급들은 자신들을 더는 보지 못하다는 것에 울었고, 히노에는 아무 말 없이 술을 계속 마셨다. 모든 말을 다 듣고 있던 미스즈는 말을 꺼냈다. 남은 우인장의 이름을 주인으로서, 이름을 받는 것을 늦게 받아도 된다는 말과 요력이 떨어지게 되면 벌어질 일에 관해서 자신들이 지켜주면 되지 않는 말에 히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츠메가 살아있을 동안이 눈 깜박할 정도의 유희라고 생각하지 뭐. 잠깐이야. 어때 마다라.”

같이 지낸 그 정이라는 것이 뭐라고, 예전의 야옹 선생이었으면 이런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츠메와 지내면서 후지와라 부부들에게 받은 사랑 등을 생각하면 자신도 그것을 깨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 잠깐의 유희라고 생각하지 뭐.”

자신의 선택이 귀찮기도 하겠지만, 인간의 삶은 짧다는 것을 알기에 유희라는 핑계를 대면서 나츠메와 계속 있고 싶을 뿐일 것이다. 정이라는 것이 무섭다. 예전만 해도 별것이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걱정하고 생각하다니. 웃으면서 그는 말했다.

나도 참 나약해졌어.”

맞아. 지금 말랑해진 뱃살만 봐도 누구든 알고 있을 거야.”

히노에는 야옹 선생의 뱃살을 만지면서 말하자, 그는 화내면서 신경질을 내고 중급들은 자신들이 나츠메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면서 즐거워한다. 서로 즐거우면서 이야기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기에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 그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괜찮은 것으로 마음을 속이면서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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