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센이사]축제
사빛님께서 주신 리퀘로 쓴 글입니다.
이장이 빌려준 방안에서 둘이 가만히 앉아있다가, 무언가 생각난 센조는 갑자기 웃으면서 그를 잡은 후 얼굴에 분칠했다. 갑작스러운 터라 뭐라 하기 전, 이미 이사쿠는 화장에서 옷, 머리까지 여장이 다 끝나있었다. 빨간 입술, 살짝 붉은 볼, 수수한 꽃이 달린 머리 장식에 옅게 꽃 자수가 놓인 파란색 기모노까지, 누가 봐도 여인으로 보일 것이다. 여장을 자주 하지 않기에 익숙하지 않은 옷에 불편한지, 아니면 기분이 나빴는지 이사쿠의 표정이 뚱한 채로 말했다.
“센조. 여장이라는 말은 없었잖아.”
“왜? 이장님도 말했잖아. 부부로 나서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구시렁거렸지만, 센조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서 그 말을 듣지 못했다. 평소
보다 더 들떠 보이는 센조의 모습에 이사쿠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뭐 오랜만에 평범한 임무라서 그런가? 라는 생각으로 넘겼다. 둘에게 맡겨진 임무는 어렵지 않았다. 임무의 내용은 이랬다. ‘축제에 이상한 사람을 나타나는지’를 대신 감시해달라는 것.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증거로 마을 이장은 편지를 보여줬다. 편지 내용에는 축제를 엉망으로 해버리겠다는 저주가 담겨있었다. 사실 그 편지를 받았을 때 이장은 그냥 장난이겠지 싶어서 넘겼지만, 실제 축제 재료가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일이 생기자, 위기감을 느껴서 의뢰를 넘겼다고 하였다. 단, 부부처럼 위장해서 축제에서 이상한 사람을 찾아달라는 것 외에는 평범한 의뢰였다.
그들이 길거리에 나서 지켜본 마을은 평화로웠다. 무슨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축제. 이런 축제를 엉망으로 해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센조는 이사쿠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말했다. 마을 정보부터, 대처 방법, 작전 같은 것들. 하지만 대답이 들리지 않자, 뒤돌아보니 이사쿠가 가게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부인.”
혼자서 어디 가지 말라는 식으로 화내면서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이사쿠의 웃음이었다.
“이것 봐.”
이사쿠가 가리킨 것은 보라색으로 꽃 자수가 놓인 손수건이었다. 어디가 닮았다는 거야? 라고 말하려다가, 실밥이 튀어나오고 엉망인 노란 오리 인형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생각나는 것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건 부인 닮았네.”
“에? 나 놀리는 거지?”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가게 직원은 이때다 싶어서 영업했다. 두 개를 사면 싸게 주겠다는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사쿠와 이걸 왜 돈 주고 사냐 하는 센조였다. 결국 이사쿠는 그 두 개를 사고 기쁜 표정이었다. 이사쿠는 손안에 든 노란 오리 인형을 그에게 주면서 부적대신 생각하라는 말에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거 들고 다니다가 불운이 더 올 거 같은데?”
“그런가?”
그렇게 서로 놀리거나 놀면서 마을 순찰 겸 축제 구경을 했다. 이상한 사람이 있다던가, 큰일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이사쿠가 주변의 유혹을 못 이기고 음식점 앞에 가만히 서 있어서 달래는 데 센조가 힘들 거 빼고는 말이다.
이때쯤 되면 이건 임무가 아니라 휴가였다. 평화로운 축제에 그 둘은 정찰하는 것을 멈추고 밤하늘에 수놓은 폭죽을 구경했다. 센조는 폭죽을 구경하다가 옆에 앉아있는 이사쿠를 쳐다봤다. 예쁘게 터지는 폭죽 불빛 때문에 이사쿠가 예뻐 보이는 건지, 원래 예뻐서 그런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벗어둔 모자로 반짝이는 불빛을 가리고 이사쿠를 불렀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옆을 쳐다보면서 웃으면서 대답하자 센조는 말하지 않고 입 모양으로 대답했다. 그 대답을 보고 이사쿠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다. 큰 폭죽이 커질 때 둘은 같이 입맞춤을 했다. 입맞춤을 끝으로 이사쿠와 센조는 둘 다 얼굴이 빨개진 상태였다. 센조는 모자로 부채질했고 이사쿠는 얼굴을 열심히 숙였다.
그렇게 열을 식히고 있을 때 그 둘을 지나가는 이상한 느낌에 서둘러서 그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서 확인하니 칼을 잡고 있는 이장이었다. 의뢰인이 찾던 사람이었다니, 이장이 이상한 짓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마을 축제가 너무 평화로워서 작은 소란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실 의뢰 내용을 받고 실제 마을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수상했던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작은 물건들이 사라졌지만, 필요 없는 것이라던가, 재료가 사라진 적이 있지만, 다시 돌아왔다는 등 그 말에 내부인의 저지른 일이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으나, 생각지도 못한 이장이었다는 것에 센조는 허탈했다. 그와 달리 이사쿠는 그랬구나 하면서 웃으면서 넘겼다. 임무는 사실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냥 같이 즐겁게 놀았다고 생각하자는 말에 센조도 자신이 얻은 것을 생각하면서 이장에게 화내는 것을 멈추었다.
임무를 끝난 후 둘은 마음 편하게 놀다가 꽃 파는 소년에게 센조는 꽃다발을 하나 샀다. 꽃다발? 웬일이야? 라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이사쿠의 뒷머리에 꽃 하나를 끼우고 나머지는 그에게 주었다. 센조 행동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도 부부 놀이하는 거야?”
“놀이라니. 그래서 우리가 부부가 아닌가요? 어여쁜 부인.”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 얼굴을 만지면서 하는 그의 말에, 그 말의 뜻을 이해하고 이사쿠는 대답 대신 가만히 눈을 감으면서 살포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