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센이사] 고백
사빛님의 리퀘로 쓴 글입니다(키워드 눈오는 날, 고백)
바닥에 쌓인 눈을 차고 있다가 옆에 작은 눈사람이 있는 것이 발견했다. 혼자 있는 눈사람이 외로워 보여서 옆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주다 보니 기다리던 사람이 옆에 와있었다.
“센조. 언제 왔어? 말했으면 인사했을 텐데.”
“집중하고 있는 거 같아서. 음. 저걸 보니까 눈사람이 세개 있는 느낌이야?”
세 개라는 말에 무슨 뜻이지 하면서 숫자를 다시 세어봐도 두 개었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있자 센조는 웃으면서 그의 볼을 눌렀다.
“여기 눈사람 더 있어. 오늘따라 눈사람 같아.”
“에? 그런가? 하긴 나도 입으면서 눈사람 같다는 생각하긴 했어.”
목도리와 긴 외투, 장갑을 낀 모습이 꼭 외국 동화에 나올 거 같은 눈사람 모양이기는 했다. 그와 반대로 센조는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그 모습에 쳐다보다가 이사쿠는 자신이 하고 있던 초록 목도리를 벗었다. 목도리를 센조의 목에 둘러주자, 거부했지만 이사쿠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 이제 센조도 눈사람.”
센조는 그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같이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나도 눈사람.”
만나면 같이 식당을 가고, 밖을 돌아다니면서 노는 것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저 웃으면서 중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행복할 시간도 부족하기에, 그냥 행복한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암묵적 약속이었다. 그렇게 놀다가 각자의 집으로 간다. 다음에도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겠지라는 생각. 다음이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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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빨간 꽃이 한 송이, 두 송이, 늘어나는 꽃에 다급히 눌러보지만,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걸 쳐다보던 사람은 옆에서 울고 있는 그를 저지한다. ‘포기해, 이미 늦었어.’라는 말에도 울면서 그를 뿌리쳤지만, 결국 끌려간다. 몸에 쌓이는 눈을 치울 힘없이 누워서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기만 해야 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왔고 마지막 순간까지 다 말하지 못했다.
기분 나쁜 꿈이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같은 꿈을 7번 정도 꾸었을 때, 울고 있는 사람이 가까운 사람과 닮았다는 것과 자신에게 무엇을 말해려고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 전화는 수신음이 두 번 울리다가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기에 걸렸는지, 코가 막힌 목소리와 훌쩍거리는 소리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보다 자신의 말을 전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 아니면 더는 전할 기회가 없을 거 같았다.
“이사쿠. 이른 아침에 미안한데, 전할 게 있어.”
“응? 어떤 거? 뭐가 있지...? 아 전에 그 목도리? 그거 센조 해도 괜찮아.”
그 말에 방에 걸려있는 목도리를 보면서 아직 전해주는 걸 잊었다는 걸 알았다.
“목도리 말고도. 이건 직접 말해야 할 거 같아. 내가 너네 집으로 갈게.”
“응. 괜찮기는 한데 언제 온다는...”
이사쿠의 말을 다 듣지 않고 괜찮다는 말에 그는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의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는지, 평상시보다 멀게 느껴졌다. 걸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자신이 말한 뒤 예상 반응들을 생각해보면 그만두는 게 맞을 거 같지만, 모르겠다. 그냥 아니 이 말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꿈이 전생을 말하던, 허구인 듯 상관없다. 그저 자신에게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사쿠의 집에 도착한 후, 숨을 천천히 쉬고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와 우당탕하는 소리. 급하게 달려오는 것이 느껴져 미소가 지어졌다.
“센조. 춥지? 어서 들어와.”
마스크에 담요를 꽁꽁 싸매고 그를 반겨주었다. 기침에 콧물. 이번에도 독감을 피해 가지 못했다. 콜록거리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감기 때문에 센조 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급한 거 같아서. 무슨 일이야?”
이사쿠의 말은 잘 들리지 않고, 머릿속의 또 다른 자신이 재촉이었다. 눈을 감고 깊은숨을 쉰 후 그는 이사쿠를 보면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다가 가게를 발견해서, 이거 죽이랑 약이야. 아직 밥 안 먹었을 거 같아서.”
“고마워. 잘 먹을게. 거기 편하게 앉아. 뭐 마실 거라도 줄까?”
“아니. 이사쿠 여기 앉아봐. 할 말이 있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다가, 아까보다 더 빨개진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울고 말았다. 꿈이랑 비슷한 울음. 하지만 표정이 달랐다. 그의 예상대로 이사쿠를 달래고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왔지만,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이사쿠는 그에게 대답했다.
“나도 센조가 좋아.”
그들은 원하던 답을 얻었다. 그 뒤에는 웃던 센조도, 울던 이사쿠도 서로를 쳐다보다가 웃다가, 몰아오는 기쁨과 서러움에 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