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누나츠] 첫눈-바다님에게

나츠메 2017. 1. 26. 06:33

이 글은 바다님에게 드리는 글선물입니다. 

 

유카타를 입고 위에 가디건을 걸친 나츠메는 마루에 가만히 앉아 마당에 보이는 연못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자신에게 떨어지는 차가운 촉감에 하늘을 쳐봤다. 그것이 눈이라는 걸 안 그는 차갑게 떨어지는 눈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차가운 촉감에도 그는 신나서 웃으면서 쳐다봤다. 그의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눈을 보는 아이 같았다.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럽지 않아서 맨발로 마당에 나가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흰 눈을 그대로 맞으면서 서 있었다. 차 가지고 방으로 들어온 타누마는 마당에 서 있는 그를 보고 놀라서 탁상에 차를 두고 마당으로 나갔다.

나츠메. 여기 있으면 더 아파져. 지금도 감기 걸려서 힘들어하면서.”

그의 혼내는 말에 나츠메는 그저 예쁘게 웃었다. 타누마는 한숨을 내쉬면서 나츠메의 어깨를 잡았다.

어서 들어가자.”

방에 들어간 타누마는 나츠메에게 잔소리를 했다. 발과 바닥이 더러워졌다는 것과 아픈 것이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했지만, 나츠메는 별 상관없는지 밖에 내리는 첫눈을 쳐다봤다. 타누마는 결국 마루와 이어지는 문을 닫았다. 더는 밖을 볼 수 없게 되자, 나츠메는 모든 걸 잃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그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안돼. 나츠메. 너 지금 아프다고. 감기 때문에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오고 열도 나면서. 여기서 가만히 기다려. 얼른 물수건 가져올게.”

가만히 앉아 나츠메는 닫힌 문을 쳐다봤다. 타누마는 못 나게 막았고 그는 밖을 나가고 싶었다.

여기는 답답해. 나가고 싶어.’

그런 생각 하다가 갑자기 위로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에 나츠메는 한 소매로 입 막은 채 기침을 했다. 심한 기침 소리가 계속 들려오자 타누마는 달려왔다.

나츠메!”

문 열고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거의 바닥에 쓰러질 거처럼 누워서 기침하는 그가 보였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본 그의 얼굴은 기침에 괴로워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타누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를 안아주는 것 뿐. 자신의 무능함에 화가 나면서 자신을 미워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기분을 준 나츠메가 미웠. 하지만 그 미움은 나츠메에 관한 애정에 의해 사라져버린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나츠메의 기침은 멈췄다. 그는 기운 없는지 타누마의 품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타누마는 그의 등을 천천히 토닥거렸다. 토닥임에 그대로 품 안에서 잠들어버렸다. 그를 조심히 안아서 미리 깔아둔 이불에 눕히고 물수건으로 그의 더러워진 발바닥을 닦았다. 그러고 난 뒤 힘들어서 벽에 기대어 나츠메를 쳐다봤다.

나츠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나 벌 받고 있나 봐. 이제 나 어쩌면 좋지?”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울었다. 처음 자신 앞에서 나츠메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타누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관해서 생각했다.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나츠메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자신의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 그까지는 좋았다. 둘 다 성인이었기에 같이 사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래. 거기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점점 커졌고 마음속 악마는 속삭였다.

그를 지켜주고 싶지 않아? 여기서 안전하게 그를 지켜주는 거야. 공주님을 지켜주는 기사처럼. 안전하게.’

그 말에 그대로 넘어간 그는 나츠메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겠다. 나츠메는 처음 크게 반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쳐서 가만히 있게 되었다.

지금의 타누마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판단이며 자신에 관한 증오심을 만들고 그것이 자신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걸 모르는 채 지내고 있었다.

***

누군가 잠든 자신을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떴다. 눈앞에는 나츠메가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나츠메. 이제 좀 괜찮아?”

나츠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마루로 나갔다. 하늘에는 눈이 아름답게 떨어졌고 마당에는 하얀 눈이 가득 쌓여있었다. 그걸 보면서 나츠메는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타누마. 올해 첫눈이야. 눈사람 만들자.”

아직 감기가 덜 나아서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의 말과 표정에 의해 학창시절 나츠메가 떠올랐다. 그는 갑자기 주저앉아 울었다. 나츠메는 당황했지만, 자신을 안아줬던 그처럼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학창시절 첫눈이 많이 왔을 때 나츠메는 비슷한 말을 했다. ‘타누마. 올해 첫눈이 많이 왔어. 우리 같이 눈사람 만들자.’ 그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나츠메의 행복을 없애버렸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과거 행동의 한심함과 미안함에 울고 있는 그를 나츠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 표정을 본 그는 죄책감을 더 느꼈다. 나츠메의 양팔을 약하게 잡으면서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나츠메. 미안해. ... 말 미안해. 내가 정말” 

제대로 말하고 싶은 그의 생각과 달리 슬픔에 마음이 먹먹해져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울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본 나츠메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그를 껴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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