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토리안즈]꽃놀이

방앗간 지나가는 참새 2018. 4. 19. 23:37

*숭카님에게 리퀘를 받아서 쓴 토리안즈 입니다 .

*주제: 꽃놀이


무거운 옷감을 가지고 가면서 나이츠 의상에 제작에 생각이 빠져있었다. ‘옷을 만들고 아쉬운 부분을 다시 수정하자. 옷은 언니한테 잠시 입어달라고 하면 되겠지.’ 수업을 마치고 난 뒤 할 일에 정신없이 계획하고 있을 때 옆에서 무언가를 옷자락을 잡는 느낌이 들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분홍 머리가 보였다.

안즈! 우리 같이 꽃놀이 가자. 밖에 겹벚꽃이 많이 폈어.”

지금? 오늘 바로 가자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는 그의 모습에 안즈는 차마 일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런 표정을 본 유즈루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꽃놀이가 끝나면 작업을 같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작업은 급한 일이 아니었고 디자인을 하다 보니 직접 만들어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시작한 것이었기에 도움을 받기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 혼자 해도 괜찮고 급한 것도 아니라서.”

둘의 이야기를 듣던 토리는 둘만 이야기한다는 느낌에 살짝 시무룩해져 있다가 지나가는 생각에 금세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도 안즈 돕고 싶은데 같이 꽃구경하고 하면 안 될까?”

그녀가 귀여운 것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토리는 자신의 귀여움을 이용하였다. 결국, 그녀는 항복했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아무 준비를 안 하고 되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무거운 옷감도 자신 대신 반으로 옮겨주었고 돗자리며, 간식이며 모든 것을 그들이 준비하여 몸만 가는 것이 부담되었던 안즈는 불안한 듯이 말을 꺼냈다.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은 거라 하기 준비 못 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손님으로 오셨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거에요.”

둘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먼저 꽃나무 밑에 있던 토리는 안즈의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안즈 또한 같이 손을 흔들었다.

누가 꽃인지 모르겠네.”

혼자 중얼거린 말에 유즈루 또한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토리는 등 뒤에 무엇을 감추고 있다가 안즈가 다가오니 고개를 숙여달라고 했다. 살짝 고개를 숙이니 옆머리에 무엇이 꽂혔다.

벚꽃 머리핀이야. 원래 길거리에서 안 사는데 보자마자 안즈가 생각나서 사버렸어.”

손으로 대강 형태를 만지다가 주머니에 넣어둔 과자가 생각이 났다.

이걸 받았으니 그 보답으로 이걸 줄게.”

잘 묶인 리본을 푸니 꽃 모양의 과자들이 보였다. 풀자마자 쿠키를 집어 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유즈루가 손도 안 닦고 먹는 것에 뭐라고 했겠지만, 조용히 넘어갔었다. 토끼처럼 먹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안즈는 무의식적으로 토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 머리 만지는 거야? 음 뭐 안즈라면 괜찮아 그 대신 나 안아줘!”

갑자기 품속에 들어온 토리에 당황스러웠지만, 익숙했기에 등을 토닥여주면서 안아주었다.

다음에도 같이 꽃놀이 오자.”

말하면서 더 품속을 파고들면서 안아오는 토리 모습에 귀여워서 웃음이 계속 나왔다.

응 다음에도 꽃놀이 오자. 오늘 좋은 구경시켜줘서 고마워.”

고맙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같이 음식들을 먹고 꽃구경을 하다 잠들어 버린 토리에 유즈루는 조심히 바닥에 눕혔다.

이래서는 오늘은 같이 옷을 못 만들겠네요. 나눠서 만들어도 되면 저라도 만들어서 오겠습니다.”

안즈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저도 쉬려고요. 천천히 만들면 되니까. 계속되는 일정에 잠시 멈추는 법을 잊어버렸던 거 같아요. 저도 모르게 계속 일거리를 찾고 만들고 그랬으니.”

사실 오늘 바로 꽃놀이를 가자고 말할 계획은 아니었지만, 도련님께서 저러다가 쓰러지면 어쩌지 하면서 혼자 달려가신 거였답니다. 요즘따라 안색이 더 안 좋아보이십니다. 만약 힘드시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으니 언제든지 도움을 청해주세요.”

안즈는 그 말을 들은 후 누워서 자는 토리에게 시선이 갔다. 혼자 무슨 꿈을 꾸는지 입을 오물거리면서 잠꼬대를 하는 것이 아이 같았다.

이라도 고마워요. 둘에게 그렇게 보였다니 앞으로 조심해야겠네요.”

그 뒤 서로 사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꽃이 떨어지는 것을 구경했다. 뒤늦게 깬 토리는 울먹이면서 아쉬워했지만 안즈는 다음에도 같이 가자라는 말에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